입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 하자가 무더기로 발견돼 입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삼송지구에 들어서는 한 아파트 이야기다.

(주)동일이 삼송지구에 지은 이 아파트는 최고 29층, 8개동, 968가구짜리 단지로 오는 31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를 앞둔 지난 5~7일 사전점검 방문을 했지만, 아파트 곳곳에서 하자가 대거 발견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재점검을 요청했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하자 내용은 싱크대, 바닥, 문짝 등의 마감 등이 주를 이룬다. 문과 창문 앞에는 굴뚝이 배치돼 조망을 가리고, 시공사가 분양 당시 자랑으로 내세웠던 조경은 입주가 코 앞으로 닥쳐도 여전히 미흡하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삼송지구 A단지.

입주예정자 김모(34)씨는 “창틀은 실리콘으로 붙이다 말아 떨어지기 일보직전이고, 문틀에는 노끈과 비닐이 그대로 시공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가 이상했고 입주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단지라 하기엔 단지 조경이 너무 미흡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주자는 “싱크대 상판이 없거나 창문이 깨져 있고, 침실 문 앞뒤가 뒤바뀌어 있다”며 “입주자 사전점검 때 인부들이 처리하지 않은 오물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주)동일은 오는 27일 사전점검 방문 행사를 열고, 그 전까지 하자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불안에 찬 주민들은 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배석 하에 지난 20일 시공사와 공청회도 열었다. 정해진 일자까지 하자가 있을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확약서에 사인을 요구했지만 시공사 측은 “27일까지 문제없이 짓고, 문제가 있다면 그 후는 (준공 허가권자인) 고양시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측의 무성의한 대처에 입주 예정자들의 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일 단지에 모인 주민들은 “건설사 책임자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도 모자를 판에, 대표도 아닌 중간 관리자가 와서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에 무더기로 하자가 발견되자 분통을 터뜨린 주민들이 만든 부실 시공 증거 사진과 시위물.

지난 10일에는 주민들의 요구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최봉순 고양시 제2부시장, 이재석 경기도의원이 공동주택 품질검수단과 함께 현장을 직접 방문해 민원을 청취하고, 건축·전기·기계·토목·소방·조경·교통 등 7개 분야로 나눠 시공 품질을 검수했다.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은 시공품질 차이로 벌어지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와 시공사 간 분쟁 예방을 위해 지난 2007년 경기도가 도입한 제도다.

고양시 관계자는 “특별히 안전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입주자들이 방문했을 때 공사가 덜 됐고 이에 입주자들이 화를 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세대 하자는 시공사가 책임지고 고쳐주겠다고 했으니, 마감이 덜 됐던 지하 천장재 마감도 입주 전까지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일 관계자는 “공사 중 예상하지 못한 암반이 나와 공사가 2개월 정도 지체됐다”며 “27일 재방문 행사가 있는데 인력과 자재·비용 등을 투입해 정해진 날짜까지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66㎡ 기준 2억7600만~2억9400만원, 84㎡ 기준 3억4540만~3억6840만원이다. 단지 인근 N공인 관계자는 “삼송지구에 중·소형 입주 물량이 적고 젊은 사람들이 선호해 5000만~8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자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분양권 거래도 줄고 프리미엄도 주춤거린다고 주변 공인중개업계는 전했다.

동일스위트의 시공사인 (주)동일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8위를 차지한 영남지역 중견건설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