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소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니로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1년만인 지난 3월 내수 판매량 2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평정한 니로는 올해부터 판매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기아차는 K시리즈 등 주력 세단모델의 노후화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내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소형 SUV와 친환경차의 강점을 갖춘 니로의 선전이 위안거리다.

◆ ‘소형·SUV·친환경’ 3박자 앞세워…美 이어 유럽에서도 인기몰이

기아차 니로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말까지 니로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7828대를 기록했다. 이는 현지 경쟁 모델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하이브리드차 볼트(7370)와 포드의 하이브리드 SUV인 C-맥스(5063대)를 앞선 것이다.

매달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판매가 시작된 1월에 42대 팔린 니로는 2월 2143대, 3월 2704대, 4월 2939대로 최근 3개월 연속 판매대수 2000대를 넘어섰다.

현지 평가도 좋은 편이다. 니로는 미국의 자동차 정보제공업체인 켈리블루북(KBB)이 지난달 4만달러 이하에 판매되는 친환경차를 대상으로 선정한 상위 10개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니로는 유럽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유럽에 출시된 니로는 올해 1월 2350대, 2월 2523대, 3월 3344대, 4월 2122대가 판매됐다. 출시 이후부터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만9858대에 이른다. 기아차는 올들어 4월까지 유럽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11.7% 증가한 16만6266대를 판매했다. 이같은 선전에 니로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외에서 니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소형 SUV인 데다 하이브리드차로 환경 친화적이고 연비가 높다는 장점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니로의 연비는 리터당 19.5km로 국내 SUV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방영된 기아차의 니로 광고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지만, SUV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내 자동차 판매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2.6%에서 지난해 40%로 상승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북미 올해의 차’에 전기차인 볼트EV가 선정되는 등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SUV로 실용성과 친환경 측면에서 이점이 많은 니로의 판매 돌풍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니로 전기차 개발도 박차…코나·스토닉 출시는 변수

기아차는 니로의 친환경 모델 라인업을 완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해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3종 라인업을 완성한 아이오닉과 같이 니로도 3종의 모델을 갖춰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 15일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한 번 충전시 전기 모드만으로 최대 40km를 주행할 수 있고 하이브리드 모드 주행 800km를 포함해 총 840km의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니로 전기차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기아차는 니로 전기차의 기술 개발에 집중해 내년 중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곧 출시할 소형 SUV 신차가 니로의 판매실적 호조에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는 다음달 코나를, 기아차는 7월에 스토닉을 각각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효과를 앞세운 코나와 스토닉의 가세로 국내 출시 1년이 지난 니로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최근 친환경과 고효율 차량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