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인텔의 대답, 너바나 인수
이란에서 건너와 3900억원 잭팟
"제온과 너바나는 결국 통합될 것"

“너바나(Nervana)는 인텔이 꿈꾸는 미래의 축소 버전입니다. 너바나는 인텔을 통해 인간의 두뇌를 모사한 인공지능칩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인텔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너바나 시스템즈(Nervana Systems)’을 약 3900억원에 인수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던 엔비디아가 병렬 처리 기술을 앞세워 딥러닝 무대의 중심에 서며 인텔을 위협한 뒤였다. 너바나는 인공지능 광풍(狂風) 시대 인텔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던 셈이다.

더 놀라운 일은 6개월 후에 일어났다. 인텔은 너바나에서 영입한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AI 그룹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앞으로 너바나의 칩도 인텔의 팹(Fab)에서 내놓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인텔의 프로세서 라인업과 너바나 칩을 아예 융합한다는 방침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유되는 인텔이 스타트업의 기술에 맞춰 자사의 칩 로드맵을 계획한다는 것은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너바나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며 현재는 인텔 AI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아미르 코스로샤히(Amir Khosrowshahi) 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뇌를 연구해 작동원리를 밝혀내고 뇌의 작동방식을 반도체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라며 "인텔과의 M&A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력이 독특하다. 신경과학(neuroscience)을 전공한 과학자이면서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했고, 현재의 구글독스가 된 문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경력도 있다.

아미르 코스로샤히 인텔 AI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그는 “최근 신경과학자들이 CPU와 메모리의 융합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인간 두뇌처럼 움직이는 칩을 개발하려면, 연산과 기억 기능을 완전하게 융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PU와 메모리의 완전한 융합은 인텔 AI그룹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아미르 코스로샤히 너바나 창업자 겸 인텔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一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우리 가족은 정치적인 이유로 이란에서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한국의 가족들처럼 한곳에서 지내면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집안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을 했고 기업을 팔기도 했다. 이들(창업해서 성공한 가족)은 엔젤투자가로 역할도 하고 있다.

나의 사촌(다라 코스로샤히)은 현 익스피디아의 CEO로 너바나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투자자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 코스로샤히 집안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웃음). 너바나의 초기 투자를 가족들이 상당부분 감당했다. 너바나 이전에 했던, 가장 재미있었던 프로젝트는 사촌과 함께 구글닥스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의 원형을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브라우저에서 스프레드 시트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사촌은 현재 구글에서 구글 닥스를 이끌고 있다. 이런 경험이 나중에 너바나를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너바나의 창업자들인 (왼쪽부터) 아르준 반살, 아미르 코스롭샤히, 나빈 라오.

一너바나를 창업하기 이전에는 신경과학을 공부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했고, 훗날 너바나를 공동창업하게 될 2명과 사물 인지와 뇌피질을 연구했다. 뇌에서 서로 다른 2가지 성격의 정보를 어떻게 합치는 지를 연구를 진행하면서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싶어졌다.”

一너바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창업 멤버들은 CTO인 나와 나빈 라오 CEO, 아르준 반살 알고리즘 담당 부사장이다. 우리는 모두 신경과학자(neuroscientist)들이다. 우선 아르준 반살과 나빈 라오는 브라운대학교 연구소에서 만났으며 BMI(Brain-Machine Interface)를 연구했다. 그 곳에서 나빈 라오는 반도체 칩 설계와 관련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반도체 제조와의 연결고리이다. 우리 3명은 이후 퀄컴에서 만났다. 그 곳에서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재미있는 작업을 같이 했다. 우리는 신경망(Neural networks)을 위한 반도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나눴고 이후 퀄컴을 나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

一 너바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 회사였는가.

“인공지능에 특화한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았다.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매우 어렵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투자자들도 최근 반도체 분야에 잘 투자하지 않을 정도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았다. 제품을 만드는 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제품을 만들어도 인텔과 같은 거대한 경쟁업체와 직면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초기 투자자들 중 한 명으로 벤처 캐피탈 DFJ(Draper Fisher Jurvetson)의 파트너인 스티브 주벳슨을 만났다는 점이다. 그는 테슬라의 스페이스 X 등 성공이 불확실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가진 회사에 투자해왔다. 그가 너바나에 투자했던 것은 머신 러닝에 특화한 반도체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一인텔이 너바나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역시 인텔과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경과학자들이고 이상주의적(idealistic)이었다. 반면 인텔은 실제 반도체 시장에서 광범위한 제품 군을 보유하고 있다. 주위를 봐라. 당신이 인텔 프로세서들에 둘러 싸여 있지 않은가. 인텔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하드웨어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곳이다.

인텔은 거대한 회사이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우리는 인텔이 너바나의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리하자면) 너바나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의 10배, 100배를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인텔은 작은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AI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각인시킬 기회를 얻게 됐다.”

인텔과 너바나는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것 같나.

“너바나는 인텔이 하고자 했던 일들의 축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인텔은 너바나를 인수해 너바나가 구성했던 일들을 훨씬 큰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은행, 병원, 다양한 대기업군까지 AI 통합 제품을 제공한다. 프로세서만 제공하는 것보다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머신러닝, 데이터사이언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풀스택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산업에 AI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세서 재 설계보다 통합 솔루션 제공이 더 복잡한 일이다.”

一엔비디아와의 GPU와 성능 비교하자면?

“엔비디아는 많은 혁신을 거듭하는 매우 좋은 회사다. 하지만 인텔은 엔비디아와 다르다. 인텔은 시장에서 넓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수많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실제로 고객사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인텔은 단순히” 우리의 플롭스(FLOPS)가 이 정도에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엔비디아처럼) 하드웨어의 이론적 연산속도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이상, 즉 고객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이다.”

一최근 만난 신경과학자들은 인공지능에 최적화칩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의 완전한 통합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건 너바나 프로세서 설계의 핵심이기도 하다. 신경망을 살펴보면, 컴퓨팅, 메모리 부분이 매우 작고 다른 부분들은 연결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극대화해 활용하기 위해 프로세싱, 메모리, 대역폭, 상호연결되도록 공학적으로 칩을 잘 설계해야 한다.

사실 인텔에 합류해서 알았지만, 인텔의 제온(Xeon) 프로세서에도 이 같은 생각이 담겨 있어 놀랐다. 제온은 로컬메모리, 글로벌 메모리, 라지 캐시, 명령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학자로서 이를 분석해보면, 제온에는 앞서 말한 인간의 두뇌를 구현한 뉴로모픽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8월 AI 스사트업인 너바나 시스템즈(Nervana Systems)를 인수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왼쪽부터) 다이앤 브라이언트 인텔 부사장, 나빈 라오 너바나 CEO, 아르준 반살 너바나 알고리즘 부문 부사장, 아미르 코스로샤히 너바나최고기술책임자(CTO), 제이슨 왁스만 인텔 부사장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一AI가 향후 10년 동안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글쎄, 5년은 어떤가. 우선 이것은 내 개인적인 전망이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우리 모두가 단순히 ‘더 많은 FLOPS(floating-point operations per second, 초당 부동소수점연산)’를 요구하는 하드웨어 경쟁에서 벗어나 실제로 AI를 구동하기 위해 신경망(neuronetworks)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의 통합이 일어날 것이다. CPU에 메모리, 그래픽 처리 기능 등 다양한 솔루션이 통합된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AI를 도입하고 싶을 때 가장 필요한 건 신경망이다. 대표적인 예인 구글 알파고를 보자. 구글 알파고의 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해 보면 서로 다른 알고리즘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신경망의 구성요소다. 따라서 모두를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1990년대 초를 보자. 그래픽 처리 기능이 CPU 칩에 통합됐다. 덕분에 노트북에는 그래픽 처리 기능이 있는 통합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물론 엔비디아와 같은 일부 기업은 그래픽 카드를 별도로 만들었지만)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칩을 살펴 봐도 하나의 칩(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연산과 그래픽 기능이 통합돼 있다. 나는 향후 5년 동안 인공지능 분야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제온 코어와 같은 CPU 구성요소일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신경망 프로세싱 유닛이 될 것이다. CPU와 신경망 프로세싱 유닛이 통합되면 구글 알파고에 사용되는 기술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결국 너바나와 제온이 하나의 칩 위에 굉장히 긴밀하게 통합될 것이라는 게 내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