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나온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사진〉는 수컷 흰동가리 '말린'이 천신만고 끝에 행방불명된 아들 '니모'를 찾아내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이 흰동가리 수컷의 남다른 부성애(父性愛)가 사람의 모성애(母性愛)와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저스틴 로즈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흰동가리 수컷은 사람의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과 구조가 흡사한 아이소토신(isotocin) 호르몬 때문에 강력한 부성애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호르몬과 행동'에 실렸다.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을 때 엄마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자궁 수축 호르몬이다. 아기가 젖을 빨 때도 옥시토신이 분비돼 엄마와 아기의 친밀감을 높인다. 평상시에는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높인다. 옥시토신을 사람 코에 뿌리면 상대에 대한 신뢰감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컷 흰동가리의 자식 사랑은 동물 중에서도 유별나다. 알을 낳으면 바로 떠나는 암컷과 달리 알이 부화할 때까지 곁에서 지키고, 지느러미를 부채질하듯 흔들어 알에 산소를 공급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컷 흰동가리는 자기가 낳지 않은 알까지 돌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알을 돌보고 있는 수컷 흰동가리에 특수 물질을 처리해 아이소토신 호르몬이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수컷 흰동가리가 천적이 다가오지 못하게 알 주변을 맴돌거나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하는 등의 알 관리 행동의 횟수가 10분간 평균 400회에서 50회 이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흰동가리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 이후 알이 있는 곳을 자주 벗어나기도 했다. 로즈 박사는 "이번 연구로 막연하게 알려져 있던 흰동가리의 부성애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