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후 중국 업체 일방적으로 공급 중단
"화학사까지 보복하나"…관련 매출 감소할 듯

롯데정밀화학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합성피혁 원료(DMF) 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정밀화학은 2011년 DMF 자체 생산을 중단한 이후 중국 2위 DMF 생산업체인 ‘저장 장산 케미칼(Zhejiang Jiangshan chem)’로부터 전량 수입해 국내 등 해외에 판매해 왔으나 중국 공급업체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

롯데정밀화학 고위 관계자는 11일 “지난해 말 저장 장산이 급작스럽게 원료 공급을 중단해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가 났다”며 “이 원료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회사가 중국 국영기업밖에 없어 사업을 접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DMF 공급량 30%를 차지했으며 관련 매출은 69여억원이었다. DMF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6%다. 회사는 지난달 말 사업 종료를 관련 업체들에 공식 통보했고, 재고도 전량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밀화학 공장 전경.

저장 장산의 일방적인 거래 중단의 배경에는 최대 주주인 중국 정부(지분 31%)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저장 장산 이사회에 소속된 중국 정부 관계자가 지난해 말 열린 이사회에서 롯데그룹과 관련된 모든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업계는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한국 업체들을 압박한 적은 있어도,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은 기습적으로 공장 시설 점검을 나오거나,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수준이었지, 이런 강도 높은 제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화학 산업으로도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 측은 저장 장산의 변심이 결정타이긴 했지만, 이미 DMF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이후 중국이 급격히 생산량을 늘리면서 생산경쟁력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DMF를 활용하는 전방산업의 수요가 정체국면에 있어 사업성이 계속 악화하는 추세였다”며 “DMF 등 암모니아 계열 화학제품들보다 수용성 페인트 첨가제와 같은 고부가 정밀화학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