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기아차가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에서 판매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와 신차를 앞세워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기아차는 지난해 완공한 멕시코 공장이 가동되면서 현지 판매대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내 반한감정이 확산돼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흥시장에서의 선전과 함께 향후 출시될 신차를 앞세워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현대차, 1분기 인도·러시아·브라질 판매량 급증…소형 SUV 크레타가 실적 견인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108만9600대로 전년동기대비 1.6% 줄었다. 중국 현지공장 생산차량의 판매가 지난해 1분기 22만9000대에서 올해 19만6000대로 14.4% 줄어든 것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가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에서 판매 중인 소형 SUV 크레타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신흥국에서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대차의 1분기 인도공장 생산차량의 판매대수는 16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었다. 러시아와 브라질공장 생산차량 판매대수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29.7%, 20.1% 증가했다.

4대 신흥국을 뜻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에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에서의 1분기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5.5% 늘었다.

올들어 현대차의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판매실적이 개선된 데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 크레타의 힘이 컸다. 러시아 시장의 경우 현대차의 1분기 전체 판매대수 5만3000대 가운데 크레타는 1만3000대로 24.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인도와 브라질 시장에서 현대차 전체 판매 중 크레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5%, 24.4%를 기록했다.

해외 전용모델로 제작된 크레타는 지난 2015년 인도에서 첫 출시돼 '2016 인도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올해 들어서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에서, 올해 1월에는 브라질 공장에서도 생산이 시작됐다. 브라질에서는 1분기까지 6999대가 판매돼 현지 SUV 시장 점유율 8.6%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5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를 비롯해 러시아, 브라질에서 판매가 늘면서 중국에서의 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하고 있다"며 "크레타의 뒤를 이을만한 전략차종을 출시해 신흥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기아차, 멕시코 공장 신설로 '약진'…현지 판매량 전년比 78.8% 증가

기아차도 중국에서의 부진을 다른 신흥시장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 1분기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8만9000대로 전년동기대비 35.6% 급감했지만 중남미와 러시아 시장 판매량은 각각 22.8%, 16.5% 증가했다.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멕시코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현지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현지 관계자들이 출고 차량에 서명하는 모습

기아차의 중남미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멕시코 현지공장이 안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각) 멕시코의 경제지 엘 에코노미스타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멕시코에서 7210대를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판매량이 78.8% 급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포르테를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리오의 양산도 시작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판매량은 2만6219대를 기록해 연간 판매목표인 8만대를 달성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신흥시장에서의 선전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덕 부국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반등과 환율 안정 등을 통해 신흥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신흥국 중심 성장과 신차 출시 효과를 통해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