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종사자 10명 중 8명은 4차산업혁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직업군'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금융산업 전체 종사자 75만8000명(2015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77.8%(60만4800명)가 4차산업혁명으로 대체될 고위험 직업군이었다. 이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21개 대분류 직업군 중 3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개발원의 분석은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Frey & Osborne)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들은 직업별로 4차산업혁명에 따라 인간 노동이 컴퓨터에 대체될 확률을 0~1의 값으로 분류했다. 1에 가까울 수록 컴퓨터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의미한다. '0 이상 0.3 미만'은 저위험, '0.3 이상 0.7 미만'은 중위험, '0.7 이상 1.0 이하'는 고위험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직업별로는 재보험이 100% 고위험군에 속하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보험 및 연금 관련 서비스업이 88.4%, 보험업이 86.0%, 은행 및 저축기관이 77.8% 등이었다.
개발원의 분석대로라면, 보험업종은 4차산업혁명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직업군이다. 개발원은 보험업이 심사와 상담, 영업 등 주로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고객 대면과 단순 사무, 데이터 수작업 분석, 심사역, 상담, 영업 등의 금융업무는 일자리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과 청년이 주로 고위험군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금융권 고위험 종사 비율은 여자(90.8%)가 남자(66.6%)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단순 사무직 종사 비중이 높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대체가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개발원은 설명했다.
연령별 고위험 직업군 종사자 비율은 15∼29세 청년층이 84.0%, 30∼49세는 79.6%, 50세 이상은 74.0%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금융사 특성 상 청년층이 단순 사무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일본 보험사, AI 도입후 부서 직원 30% 감축…AI 보험설계사도 곧 등장
이미 4차산업혁명으로 사람의 일자리를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가 일본에서 등장했다. 일본 중견 보험사 후코쿠생명보험은 지난 1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로 의료보험 등의 교부금을 산정하는 부서의 인원을 30% 가깝게 감축했다.
후코쿠생명은 문맥이나 단어를 해독하는 일본IBM의 AI '왓슨'을 사용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의사의 진단서 등을 보고 병력이나 입원 기간, 수술명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입원비 지불 등에 필요한 정보를 읽어낸다. 보험료 지불을 보다 정교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보험료 지급 심사 부서에는 131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회사는 이 부서 직원 가운데 34명을 해고했다. AI의 비용은 시스템 도입 2억엔(약 20억8000만원), 연간 보수유지 1500만엔 정도다. 34명의 인원 정리에 의한 인건비 경감 효과는 연간 1억4000만엔에 달하는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5~10년 안에 AI가 새로운 보험 판매채널로 등장할 수 있다"며 "현재 설계사 부족에 따른 대면채널 감소 문제와 설계사 수당 등 고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컨설팅 회사 오피마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은행원 23만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향후 20년 안에 전 세계 노동력의 30~50%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면서 대표적으로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은행원을 꼽았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의 종업원수는 23만1000명, 23만5000명으로 2011년대비 10% 이상 줄었다.
김동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은 "핀테크와 로보어드바이저, 인터넷전문은행 확산으로 출납창구 사무원 등과 같은 단순사무원은 물론 증권과 외환딜러 등 전문직도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