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단독주택가가 ‘꼬마’ 사옥촌으로 바뀌고 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로 둘러쌓인 단독주택지 일대에 주택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는 ‘꼬마 사옥’들이 늘고 있다. 대로변이 번화한 상업지역인 것과 대조적으로, 대로변 안쪽은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 단독주택이 몰려 있던 동네가 저층 사옥촌으로 바뀐 이유는 큰 빌딩이 아닌 아담한 크기의 사무실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일대 단독주택이 사옥이나 스튜디오 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남역 일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단독주택을 임차해 사무실로 쓰는 경우 일반 오피스 빌딩을 임차하는 경우와 비교해 임대료 차이는 크게 없다. 강남대로변 사무실과 단독주택 임대료는 전용 3.3㎡당 10만~20만원 정도. 건물 상태에 따라 큰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려서 지하 1층~지상 2층을 쓰는 것이 오피스 빌딩을 빌리는 것보다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다.

다만 일반 오피스와 달리 청소비 등이 포함된 관리비를 내지 않고 냉·난방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사무실에서 취사나 숙박이 자유롭고, 24시간 내내 사용하는 것도 문제없다. 건물을 통째로 빌리고 관리하는 만큼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무실 용도로만 지어진 일반 오피스 건물 일부를 임대하는 것보다 실내 구조나 겉모습이 낫다는 평도 많다. 인근 단독주택 사옥에서 일하는 이동은(43)씨는 “내부 인테리어가 일반 사무실과 달라 카페에서 일하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일대 주거지역에서 단독주택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애초에 사무실 임대 목적으로 설계해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축하는 건물들은 애초에 주거용이 아닌 사무실 용으로 지어지기도 한다. 강남역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임대수요가 늘어 임대용으로 건물을 지어 임차인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면서 “마당과 주택을 꾸미고 쓸 수 있어서 특히 스튜디오나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이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땅값은 3.3㎡당 3000만~4000만원 정도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 김상은(63)씨는 “최근 몇 년간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쓰는 곳이 늘었다”면서 “이웃 사람들 중에서도 임대로 돌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했다.

이형직 월드공인 실장은 “애초 주거지역이지만 바로 앞이 번화가이기도 한 까닭에 주거 목적보다는 사무실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외관도 일반 오피스 빌딩을 임차하는 것보다 훨씬 낫고 강남역 인근에서 통째로 한 건물을 사옥처럼 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