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200선 중반에서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발언이 또 다시 국내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28일 오후 들어 낙폭이 확대된 코스피지수는 4.02포인트(0.18%) 내린 2205.44로 장을 마쳤다.

28일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87포인트(0.45%) 내린 628.24로 마감했다.

◆ 트럼프 “FTA 재협상이나 종료” 발언…자동차주 동반 타격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가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크다”며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미 FTA는 힐러리 클린턴이 만든,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종료’까지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상대 국가에 협정을 종료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서면을 통보하면 그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할 수 있다. 미국의 의지만으로도 문제없이 종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FTA 관련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지수도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운송장비 지수는 1.49% 내렸다. 업계에서는 FTA가 개정되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이 늘면서 국산 자동차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1분기 실적도 좋지 못했던 현대차그룹주가 동반 하락했다. 현대차(005380)가 2.38% 내렸고, 현대모비스(012330)는 1.76%, 기아차가 0.43% 내렸다.

현대건설(000720)이노션(214320)이 각각 3.67%, 1.99% 하락했고, HMC투자증권은 1.83%, 현대글로비스(086280)가 0.68% 하락했다. 현대위아(011210)현대로템(064350)은 0.31%, 0.24% 빠졌다.

이외 자동차주인 쌍용차는 1.82%, KR모터스(000040)와 코라오홀딩스는 각각 0.42%, 0.15% 하락 마감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드 피해로 중국 등 해외 판매가 부진하며 1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미국 FTA 종료 발언이 나오자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려가 더 커졌다”며 “업종 대표주가 하락하며 나머지 종목들도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배성영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실적이 생각보다 덜 악화됐지만,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영향을 받아 대내외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징검다리 연휴’ 탓 쉬어가는 한주…삼성전자 강세는 계속

5월 첫째 주인 다음 주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석가탄신일(3일)과 어린이날(5일) 등 3번의 휴일이 있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이다. 국내 증시도 2일과 4일 이틀 동안만 열린다.

지기호 센터장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가를 향해 전진하던 코스피지수가 이날 주춤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이어짐과 동시에 다음 주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매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거래량이 줄어드는 다음 주도 잠시 쉬어가는 한 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 센터장은 “그러나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강세를 이어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쏠림 현상은 다음 주 초반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배성영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수급이 쏠리는 현상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경기민감주와 수출주, 은행주 등이 전반적으로 서프라이즈 수준의 성적을 내며 지수의 하단은 더욱 탄탄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프랑스 1차 대선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안 발표 등 이벤트가 큰 이슈 없이 지나갔다”며 “이에 따라 다음 주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는 동시에 삼성전자의 주주 가치 제고 방침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