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내총생산(GRDP) 3522억원, 부가가치 4530억원, 소비 2590억원, 투자 5534억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 머물던 시절 전북지역 정치인들과 언론은 한 목소리로 "기금운용본부가 내려오면 엄청난 수준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변 상인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낸 건 당연한 일이었죠. 아직도 전주혁신도시 곳곳에는 기금운용본부 이전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걸려있습니다.

경제 효과에 대한 전망은 다양했습니다. 마이스(MICE) 산업이 커지면서 취업 유발 940명, 생산 유발 1065억원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고, 방문자의 체류 일수가 하루 늘면 생산 유발 효과가 135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 결과도 등장했습니다.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을 떠나고 두 달이 흐른 지금, 분위기는 좀 달라졌을까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주 신사옥의 모습

안타깝게도 기관 이전 초기인 현재까지는 화려한 숫자들에 버금가는 경제 유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금운용본부를 방문하는 상당수의 금융인이 당일치기로 업무만 보고 곧바로 떠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늦은 오후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차장급 펀드매니저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다음날 오전 일찍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가야 한다며 첫 잔을 끝으로 술잔을 내려놨습니다.

"가급적 아침 일찍 내려가요. 볼일만 보고 얼른 올라옵니다. 간 김에 식사요? 당연히 자제해야죠. 기자분이 김영란법 벌써 잊으셨나…"

그는 "용산역에서 6시 조금 전에 KTX를 타고 익산역까지 간 다음 택시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레일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이 매니저는 오전 5시 50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는 듯했습니다. 도착 시각은 오전 7시 6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해야 점심때 돌아올 수 있다"며 "매번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건 아니지만, 나 말고 다른 매니저들도 통상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고 전했습니다.

기금운용본부 임직원 313명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본부의 한 관계자는 "평일 점심에는 대부분의 직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편이고, 외부 식당은 퇴근 후 가끔 들르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혼자 내려와 있는 직원이 많아 금요일 저녁에는 다들 서울로 올라가기 바쁘다"고 덧붙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 상점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전화를 몇 통 돌려봤습니다. 국민연금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한 남성은 "정치인들이 수천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하도 떠들어서 주변 상인들이 덩달아 흥분했던 게 사실"이라며 "손님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딱히 증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때아닌 호황을 맞은 업종도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단지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회사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출장자가 많아서인지 익산역에서 이 동네까지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이 꽤 된다"며 "택시를 타면 30분쯤 소요되고 요금은 2만원 정도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점주는 "상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택시 기사만 재미 본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