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핀란드에서 가장 대박을 친 스타트업은 '가짜 고기(Fake meat)'를 생산하는 식품 벤처 골드 앤드 그린(Gold&Green)이었다. 이 회사는 작년 5월 귀리와 누에콩 등 식물 재료를 가공해 돼지고기 맛을 낸 '풀드오츠(Pulled Oats)'를 출시했다. 제일 먼저 헬싱키 중심가 스톡만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100개를 시범적으로 팔았는데, 불과 11분 만에 매진됐다. 탐페레, 요엔수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풀드오츠를 판매하는 수퍼마켓에 주부들이 오전 8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육식하는 사람들도 고기 대신 먹고 만족할 수 있다"는 평이 이어지면서 풀드오츠는 육류 대체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가짜 고기를 먹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핀란드 대기업인 파울리그 그룹이 작년 8월 골드 앤드 그린의 지분을 51% 인수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됐고, 전국의 대형 마트에 풀드오츠가 납품된 데 이어 최근엔 스웨덴과 호주 등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핀란드에서 '올해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핀란드 식품 벤처 ‘골드 앤드 그린’이 출시한 가짜 고기(Fake meat) 제품인 ‘풀드오츠(Pulled Oats)’는 귀리와 누에콩으로 만들어져 돼지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풀드오츠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맛에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가짜 고기 대부분은 대두(大豆·soybean)나 밀을 기본으로 삼았는데, 풀드오츠는 귀리와 누에콩을 사용해 식감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또 토마토와 후추, 참깨, 생강, 고수 등을 첨가해 맛과 향을 냈다. 레타 키벨라 골드 앤드 그린 CEO는 "육식을 많이 하면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짜 고기는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맛있게 만드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글루텐 프리, GMO(유전자조작) 프리 등으로 건강과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젊은이들도 사로잡았다. 가격 역시 1㎏당 18유로(2만1000원)로 합리적이라는 반응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에 대한 핀란드인들의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사람이 먹기 위해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환경 파괴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에는 옥수수 15㎏과 물1만5000ℓ가 필요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먹을 충분한 고기를 생산하려면 지구 자원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가축 분뇨에서 나오는 탄소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있다.

풀드오츠에 투자한 야나 투오미넨 파울리그 그룹 CEO는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풀드오츠의 인기는 앞으로도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발리오(Valio) 등 핀란드의 다른 식품 기업들도 앞다퉈 '가짜 고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