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개미가 작은 개미를 물고 있다. 어느 불쌍한 개미가 덩치 큰 녀석의 한 끼 식사거리로 전락한 것일까. 잔인무도한 동족상잔 학살극의 한 장면 같지만 실상은 큰 개미가 전투 중에 다친 작은 개미를 집으로 옮기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두 개미는 군대개미의 일종인 '메가포네라 아날리스(Megaponera analis)'이다. 이들은 흰개미를 사냥한다. 덩치 큰 개미가 흰개미 굴을 무너뜨리면 작은 개미들이 굴로 뛰어들어 흰개미나 애벌레를 물고 나온다. 하지만 흰개미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군대개미는 흰개미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더듬이나 다리를 잘리는 중상을 입기도 하고, 아니면 다리에 흰개미의 턱이 달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개미는 이런 부상병을 집으로 후송하는 것이다. 부상 개미는 95%가 다음 사냥에 다시 나타났다.

물론 개미가 인간처럼 동료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칼 에두아르드 리센마이어 교수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개미가 다치면 같은 무리만 아는 구조 페로몬을 분비하고 동료가 이 화학신호에 자동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대개미는 페로몬이 다른 이웃집 개미가 다치면 모른 체하거나 공격했다.

연구진은 "부상병 구조는 집단 이익을 위해 진화한 행동"이라며 "부상병을 돌보면 그러지 않을 때보다 무리의 숫자가 29% 더 늘어나 흰개미 굴을 공격하는 데 훨씬 유리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