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새 사옥 전경.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에는 한때 중국 기업들이 쫓아다니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텐센트는 한국 게임사인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를 수입해 떼돈을 벌어 중국의 3대 IT 기업 중 하나가 됐죠.

슬프게도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의 본보기(롤 모델)라는 건 옛말이 됐습니다. 텐센트가 2001년 출시한 스마트폰 메신저 ‘위챗’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각양각색의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한국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위챗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위챗 하나만 있으면 쇼핑부터 결제까지 모든 생활이 가능해 위챗은 말 그대로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을 잇는 ‘생활 플랫폼’으로 불립니다.

위챗은 출시 6년 만에 중국 인구 절반이 훨씬 넘는 약 64%가 사용합니다. 중국 스마트폰 사용 인구 기준으로는 사용자의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위챗 월평균 사용자 수(MAU)가 8억890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넷 업계에서 “카카오톡의 도착지점이 위챗이 될 것이고, 그래야 카카오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 “온종일 위챗 하나만 써도 중국 생활 가능”

텐센트가 개발한 스마트폰 메신저 플랫폼 ‘위챗’.

현재 중국 현지에서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있는 도시, 가령 톈진, 베이징, 상하이, 선전 같은 곳에서는 위챗 하나로만 생활해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수많은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결제나 송금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결제할 수 있어 최근에는 작은 시장 점포에서도 ‘위챗 페이’를 쓸 수 있습니다. 음식 예약은 물론 배달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고, 온라인 상점을 통해 대부분 품목과 브랜드 쇼핑도 가능합니다. 중국의 우버인 ‘디디추싱’도 부를 수 있고요.

중국 선전 텐센트 사옥에는 텐센트의 위챗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히트맵 화면이 있다.

위챗으로 공과금 납부는 물론 재테크 상품도 구매 가능합니다. 요즘 중국인들은 아이들 용돈은 물론 축의금도 위챗 페이로 지급합니다. 위챗 덕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지난해에만 1881만개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근무했던 한 투자회사 직원은 “위챗 외에 앱은 온종일 실행시키지 않아도 생활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중국 선전 텐센트 본사에 다녀온 조선비즈 류현정 부장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는 “선전 젊은이들은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면서 “위챗으로 거의 모든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텐센트는 게임 회사에서 생활 서비스 회사로 목표를 바꿨다고 합니다. 실제로 전체 텐센트 매출에서 게임 매출 비중이 낮아지고 생활 서비스에 기반을 둔 광고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카카오톡이 한국의 위챗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장(場)’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손잡고 ‘카카오톡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했죠. 카카오톡으로 이마트몰의 상품 10만개 중 필요한 품목을 골라 집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에 요리 레시피를 추천하는 기능을 추가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카카오톡 역시 위챗페이처럼 카카오페이 서비스가 있는데요. 이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에 활용 가능하고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약 1000여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카카오페이를 오프라인에서 쓰려면 오프라인용 체크 카드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챗페이는 2013년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카오페이는 2014년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도 게임은 물론 선물하기 기능, 음식 주문 서비스, 스타일, 메이커스(공동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품 주문), 카카오TV, 카카오 헤어샵, 카카오 핫딜(광고) 등이 있습니다. 카카오 택시나 카카오 드라이버 같은 경우는 별도 앱으로 실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6’에서 광고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 8.29%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스타트업일 때 일찌감치 투자했기 때문이죠. 텐센트는 초창기에 비해서는 지분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2대 주주로서 카카오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지요.

수년 전 텐센트가 카카오 이사회에 텐센트 측 사람을 파견했을 때 말이 많았습니다. 텐센트가 카카오 이사회에서 나오는 고급 정보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정보를 빼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죠. 이제는 텐센트가 한발 앞서고 있으니, 카카오 이사회에서 텐센트가 카카오 정보를 빼갈 수 있다는 얘기는 쏙 들어갔습니다.

다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의 벤치 마킹 회사가 되는 날이 올까요. 일단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인공지능(AI)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지난해 “챗봇은 자연어 처리와 AI를 결합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카카오가 잘하는 분야”라며 “AI를 메신저에 탑재해 사용자가 요청하는 음식 주문, 번역, 공연 예약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신년사를 통해 “카카오톡의 기업용 계정 ‘플러스친구’를 통해 쇼핑과 음식 주문 및 구매 상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며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는 아직 서비스 범위나 규모면에서 위챗을 따라가기에는 갈 길이 멉니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핀테크 등 분야에서 규제가 심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기자는 카카오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