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미세먼지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부는 '고등어 구이탓이다' '화력 발전소 때문이다' '디젤자동차가 문제다'라고 해명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

우선, 3년 전인 2014년 5월 발족한 초미세먼지피해 저감 사업단의 성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감사업단은 4월 말 초미세먼지 독성 데이터베이스 구축, 마스크 개발, 질병별 연관관계 조사 등에 관한 연구를 마무리한다. 또 작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환경부·보건복지부가 '과학기술기반 미세먼지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범부처 단일사업단을 꾸려 올해부터 3년간 423억원(정부안)을 투입키로 했다.

그러나 범부처 단일사업단을 이끌 단장이 아직 선임되지 않은데다가 미세먼지 주요 관할 부처인 산업부가 단일사업단에서 빠져 있어 '범부처 단일사업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해법 실행 속도도 더디고 정부 부처가 따로 움직인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세먼지 대책 연구에서도 부처이기주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5월 꾸려질 새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고 부처간 협업 속도와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범부처 단일사업단장 4월 말 선정…"산업부도 사업단에 참여해야"

범부처 단일사업단은 지난해 8월 10일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로 미세먼지 대응 기술 개발을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부처별·사업별로 분산돼 진행되던 연구를 사업단 중심으로 결집해 연구개발(R&D)를 강화하고 중복 투자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범부처 단일사업단 분야별 투자 분야

하지만 아직 단일사업단장이 선임되지 않아 사업단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의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사와 과학자들은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9년에 걸쳐 진행되는 국가전략프로젝트 단장이 아직 선임되지 않고 있는데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발표된 대응전략에 따라 예산 확보 과정을 진행했고, 올해 2월 단장 선임 공고를 내는 등 사업단을 발족하고 연구를 본격화하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며 "4월 말이면 사업단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부처 단일사업단에 산업부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중의 하나인 화력발전소나 대형 제조업 현장 등을 관할하는 중요한 부처인 산업부가 단일사업단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배출원 규명, 유입경로 분석, 성분 분석, 예보 능력 향상, 집진 저감 장치 개발, 질병 유발 메커니즘 규명 등 다양한 미세먼지 관련 연구 분야에서 산업부는 집진 저감 분야 실증 사이트를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산업부가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저감에 관한 연구과제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복 투자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범부처 단일사업단 연구과제와 예산은 향후 3년까지만 책정돼 있다"며 "5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꾸려질 텐데 새 정부에서도 효율적인 연구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NASA와 공동연구 결과 6월말에 공개…부처 공동 전략 만들라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연구(KORUS-AQ)'를 진행키로 하고 작년 5월부터 약 두달간 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을 활용한 한반도 대기질 조사를 벌였다.

'하늘을 나는 실험'로 불리는 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

NASA는 작년 '하늘을 나는 실험실'로 불리는 연구용 항공기 'DC-8'과 4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연구진을 한국으로 보내 한반도의 대기질 조사에 착수했다. 미세먼지와 스모그 등 대기오염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국내 대기오염 현상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과학 기반 데이터를 공동으로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5월부터 약 두달 가까이 연구조사가 진행됐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는 오는 6월말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조사된 데이터를 토대로 전문가들과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6월말에 데이터가 공개되면 한국 대기오염 현상과 미세먼지 유입 경로 등이 일부 밝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NASA와의 공동연구는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량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공유를 기반으로 한 부처 협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정헌 건국대 교수는 "오염물질들의 지역적, 시간적 분포를 정리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연구의 출발점으로 대기 질을 개선하는 정책대안을 수립하는 데에도 중요하게 활용되는 정보"라며 "KORUS-AQ 공동조사연구를 통해 그동안 한국 대기질 예측 불확실성을 가져왔던 중국과 북한 등의 오염물질 배출 영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각 부처가 이번에 나오는 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과학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일각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을 '고등어 구이탓'으로 돌리면서 국민들이 정부의 정보를 불신하고 온라인 카페에서 퍼나르는 비과학적인 정보에 매달리는 경향까지 보여왔다"면서 "정부 각 부처가 KORUS-AQ 공동조사연구 데이터들을 토대로 종합적이고 단계적인 공동 대응 방안을 제시하면 국민들의 불신 수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