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고래로 풍수(风水) 지리를 따지는 전통도 있지만, 이름 짓는 일을 기명(起名) 또는 명명(命名)이라고 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역경에 이르기를 이름은 만물의 시작이라 하였고 중국인들은 이름을 지을 때 역경도 참조하고, 서학(西学)에 대비되는 국학(国学)에도 그 뿌리를 두고 작업 한다.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외국 기업의 기업명이나 브랜드명도, 중국 문화를 알고 중국어의 미묘한 어감을 감안하여 중문으로 바꿔 마케팅하는 것이 광범위한 인지와 호감도 제고를 위해 더 낫다.
물론 일부 목표 고객에게 원산지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표시나 광고에서 영문 브랜드를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국도 한 때 표시나 광고에서 영문 브랜드의 직접 노출을 금지했다가 그 규제를 없앴는데, 중국도 이와 같이 영문 브랜드 노출 제한이 완화된 결과라 하겠다.
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외국어를 중문화하는 것은 표의 문자인 중국어의 한계 때문에 쉽지 않다. 앞편에서는 외국기업의 브랜드를 중국어로 이름 짓는 방법 중에서 '발음과 의미를 모두 고려하여 작명'하는 브랜딩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브랜드의 발음과 의미와는 상관 없이 브랜드의 상징을 중문으로' 하는 브랜딩을 찾아보았다. 역시 사례를 보는 것이 이해하기 좋겠다.
브랜디(白兰地∙바이란디) 또는 코냑(干邑∙깐이)이라고도 하는 포도 증류주 브랜드 중에 프랑스의 유명한 레미 마르탱(Remy Martin)이 있다. 1870년대부터 이 브랜디의 포장과 병에는 브랜드의 상징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 반마(半人 半马)의 켄타우로스 그림이 붙어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레미 마르탱의 브랜드가 '인두마(人头马∙사람 머리의 말)'이다. 중문을 영어로 표기하면 Rentouma(런터우마) 인데 브랜드의 원어 발음인 레미 마르탱도 고려된 중문 브랜딩의 수작이라 할 만 하다. 레이미 마띵(雷米 马丁)이라는 브랜드도 있지만 런터우마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같은 프랑스의 브랜디 브랜드인 마르텔(Martell)은 병에 있는 푸른색 띠가 특징이다. 중국에서 이 술의 브랜드는 '푸른띠 마르텔(蓝带 马爹利∙란따이 마띠에리)'이다. 이 또한 브랜드의 상징이 브랜딩에 활용된 결과다.
미국의 유명한 메이저 리그 야구팀 시카고 컵스의 홈 경기장은 시카고의 껌, 제과 회사인 리글리(Wrigley)가 후원하는 리글리 필드다. 이 리글리 회사의 중문 브랜드는 '미국 화살표 당과 유한공사(美国 箭牌 糖果 有限公司)'이다. 리글리의 껌 중에서 대표적인 스피어민트, 더블민트의 포장에 그려져 있는 브랜드의 상징 화살표를 중문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미국의 커세어(Corsair)는 메모리와 마우스, 키보드등 컴퓨터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브랜드의 상징은 해적선의 돛인데, 중국에서는 이것이 아예 브랜드가 되었다. 중문 브랜딩은 '해도선(海盗船)'이고, 돛 심볼만 강조하면 깃발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도기(海盗旗)'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의 의류 기업 이랜드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런칭했던 티니위니(Teenie Weenie)는 브랜드의 상징인 곰을 활용하여 중국인들에게 '위니곰(维尼熊)'으로 브랜딩했다. 간혹 작은곰(小熊)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중국 본토 기업들 중에는 작은곰OO(小熊OO), OO곰(OO熊) 등등 비슷한 전략의 브랜드 들도 있다. 이제 티니위니 브랜드는 중국 회사에 매각된 상태이다.
프랑스 저축 은행(Caisse d'Epargne)의 심볼은 다람쥐다. 평소에 열심히 도토리를 모아 놓는 다람쥐가 바람직한 경제 생활의 상징으로 된 듯 하다. 이 은행의 심볼 다람쥐 도안은 초창기에 상당히 구체적인 다람쥐 디자인에서 이제는 많이 축약된 형태가 되었다. 이 은행의 중국에서 브랜딩은 '프랑스 다람쥐 저축 은행(法国 松鼠 储蓄 银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를 한자 식으로 읽을 때 불란서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법국(法国∙파궈)이라고 하는 점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다.
역시 프랑스의 테니스 선수가 만든 브랜드인 라코스테(Lacoste)는 브랜드의 상징이 악어다. 중국에서의 브랜딩은 '프랑스 악어(法国 鳄鱼)'다. 라커스터(拉科斯特)라는 브랜드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프랑스악어 브랜드가 널리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프랑스 악어' 브랜드로 정착된 데에는 다른 악어 관련 브랜드들의 존재도 영향이 있다.
'카텔로(Cartelo∙卡帝乐∙카디러) 악어'로 브랜딩되어 중국에서 판매되는 의류는 '싱가포르(新加坡) 악어'라고도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싱가포르에서 창립하여 1993년 중국에 진출한 패션 기업의 제품이다. 중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T셔츠를 티쉬(T恤) 또는 쉬(恤)라고 음역하는데, '악어 T셔츠(鳄鱼恤)'로 브랜딩된 의류는 크로커다일(Crocodile)이다. 홍콩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알고 있는 중국인도 있어서 홍콩 악어(香港 鳄鱼)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지금까지 중국어로 브랜드를 만들 때 '브랜드의 발음과 의미와는 상관 없이 브랜드의 상징을 중문으로' 하는 브랜딩의 사례들을 연구해 봤다. 다음 편에 중국어 브랜딩의 또 다른 기명(起名), 명명(命名) 방법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현재 한국과 중국간 아웃바운드/인바운드 마케팅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중마케팅(주) 대표이사다.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IT 투자회사, 디자인회사 경영의 경력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 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