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오는 2018년에 출시하는 스마트폰 ‘픽셀3(가칭)’의 제조사로 LG전자를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LG전자를 비롯해 대만 HTC과 중국 TCL, 쿨패드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2018년 출시하는 구글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3’의 위탁생산 물량을 따내기 위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전략 스마트폰 ‘픽셀’

LG전자는 구글의 레퍼런스폰(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위한 참고폰)인 넥서스를 만들어온 적이 있다. 2012년 넥서스4, 2013년 넥서스5, 2015년 넥서스5X 등이 구글이 설계하고, LG전자가 생산한 제품이다. 하지만 2016년 구글이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 픽셀을 내놓으면서 대만 HTC가 이 제품의 위탁 생산을 맡게 됐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HTC가 구글과 2년 계약을 체결해 올해 출시될 픽셀2까지 위탁생산을 맡을 예정"이라며 “다만 픽셀폰 출시 초기 불량과 수율 문제로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만큼 구글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새 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구글, LG디스플레이에 1조 투자?...픽셀3 LG전자 제조 신호탄?

최근 구글이 LG디스플레이 측에 1조원 투자를 타진한 것을 두고 LG전자가 픽셀폰 위탁 생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구글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3’에 탑재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LG디스플레이에 1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이다.

넥서스와 픽셀까지 구글폰의 모습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건은 LG디스플레이가 OLE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자금 최소 1조원을 구글이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며 “결국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구글이 구매해 투자금과 상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로 TV용 대형 OLED패널에 주력하고 중소형 OLED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LG디스플레이로서는 구글의 이번 투자제안이 솔깃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구미 E5공장에 poled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측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픽셀폰에 LG전자와 LG이노텍의 부품과 LG화학의 배터리 등 많은 부분을 LG와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계약이 체결될 경우 픽셀3의 생산을 LG전자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투자설과 관련해 “구글이 전략 스마트폰에 휘어지는 OLED를 탑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에 관련 설비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두 회사의 협력이 성사되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넘어 궁극적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구글은 스마트폰부터 스마트카까지 확대 적용을 원하는 OLED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는 설비투자 부담을 덜고 글로벌 IT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의 모습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구미 E5 공장에 6세대 POLED(플라스틱 올레드) 공장을 건설중이고, 오는 3분기 본격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 파주사업장 P9 공장에 2조원을 들여 6세대 POLED 생산라인(E6)에 투자키로 지난해 중순 결정했다. 오는 201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구글의 새 파트너로 LG가 부상하는 이유

구글이 픽셀폰의 위탁생산을 LG전자로 바꾸려는 이유는 물량과 수율 문제 때문이다. 그동안 픽셀폰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고 제조는 HTC가 담당했다. 픽셀폰의 판매량은 전세계적으로 약 500만대 수준이다. 픽셀2의 판매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픽셀 판매 초기 출시 지연과 물량 부족 등으로 구글은 신제품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픽셀폰의 경쟁제품인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측과 제휴를 맺고 OLED 물량 싹슬이에 나서는 것도 구글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모바일용 OLED의 90%를 공급하는 곳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OLED 수급이 어려워 진다. 구글의 LG디스플레이 투자 검토는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에서도 OLE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폰8으로 추측되는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현재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중소형 OLED 패널은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추세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중 OLED 비중은 지난해 39%에서 올해 48%, 2020년에는 6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까지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탑재하는 브랜드는 극소수였지만, 글로벌 강자 애플을 비롯해 선전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OLED 패널로 갈아탈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OLED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32% 성장한 192억 달러(약 23조2000억원), 출하량 기준으로는 22% 증가한 6억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빛을 내기 위해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와는 달리 OLED는 백라이트 없이도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낸다. 플렉시블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쉽다.

◆ 구글-LG, 스마트카 등 전방위적 협력 확대할 듯

올해 LG 계열사들이 구글과의 전 방위적인 사업협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스마트카(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LG그룹 내 핵심 계열사와의 파트너십 강화가 예상된다.

이미 LG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 G6와 스마트워치 어베인3에 구글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와 최신 웨어러블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적용했다. 또 LG이노텍은 픽셀2에 듀얼카메라를 공급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OLED 패널의 모습

특히 향후 급성장이 전망되는 스마트카 시장에서 구글과 LG그룹 계열사와의 협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LG전자가 VC 사업본부를 주축으로, 스마트카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화학(전기차 배터리), LG이노텍(카메라 및 통신 모듈) 등의 계열사와 협력해 체계적인 제품 개발 및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은 오는 2018년께 레벨 3단계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LG그룹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 계열사가 구글과 스마트카에 필요한 핵심 부품 및 완성차 제조 부문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LG그룹 계열사는 구글과 협력 강화를 통한 고객기반 확대 및 미래 성장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