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0)씨는 지난주 증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해 코스피200선물·옵션에 2500만원을 투자해 겨우 20만원을 벌었는데 양도소득세 22만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와 미국 증권 시장에선 640만원을 벌었지만 유럽 증시에선 620만원 손해를 봤다. 그래서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합산한 수익이 양도세 부과 기준인 250만원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금은 손익을 합산하지 않고 A씨가 국내·미국 시장에서 얻은 수익 640만원에 대해서만 부과됐다.

A씨는 "올해부터 파생상품에도 양도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런 계산법은 몰랐다"며 "이런 식이라면 아예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A씨는 "중요한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며 증권사에 항의했지만 증권사도 "작년 말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돼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엔 손해를 보고도 수백만원, 수천만원 세금을 내는 친구들도 있다"며 "아무리 파생상품 투자자가 소수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코스피200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해 양도소득세 5.5%가 부과된다. 그런데 다음 달 국세청 신고를 앞두고, 제도 도입 당시에 부각되지 않았던 문제가 불거져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와 기획재정부 등에는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코스피200옵션은 손실나도 손익에 반영 안 돼 세금 면에서 불리

정부는 세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발생한 파생상품 투자소득부터 양도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파생상품 소득은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올해부터 작년 소득분부터 과세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다음 달까지 지난해 파생상품 수익에 대한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이번에 양도세 부과 대상인 코스피200선물·옵션은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다.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며, 투자자들은 주간에 한국거래소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해외 시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다. 코스피200선물은 미국 시카고 거래소(CME)에서, 코스피200옵션은 유럽 거래소(EUREX)에서 거래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코스피200선물은 국내 시장으로 간주해 손익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하지만, 유럽에서 거래되는 코스피200옵션은 손익 계산에서 제외해 세금을 매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코스피200옵션에서 손실 본 투자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안 그래도 도입 당시 제한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주식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는데, 셈법에서도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기재부, "개선 방안 검토하겠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이 시스템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코스피200선물이 거래되는 미국 시장은 미국의 시스템만 빌린 것일 뿐 한국거래소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어서 국내 시장으로 간주하지만, 유럽 시장은 유럽 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에 상장된 코스피200 상품을 거래하는 것이라 해외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코스피200옵션은 국내 시장 거래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손익 합산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최근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 기준에 대한 민원이 늘어나자,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박상영 금융세제과장은 "수년 전부터 국회 논의를 거쳤고 파생상품에 투자할 정도의 투자자라면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의 시스템이 다르다는 걸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식으로 세금을 계속 물린다면 앞으로 파생상품 투자를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양도세 부과 방침 등으로 코스피200선물·옵션 시장은 최근 5년 새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200선물은 2011년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이 45조4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7조원 수준으로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코스피200옵션 시장도 2011년 1조70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에 따른 세수 효과가 수백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정부가 제도 개선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재부는 "세수 규모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원칙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