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봄 기운이 완연했지만, '4월 눈 축제'(April Snow Festival)가 열리는 눈썰매장에는 새하얀 눈이 50㎝ 두께로 쌓여 있었다. 태국 방콕에서 온 위타윈 키티소폰삭(35)씨는 고무 튜브를 타고 160m 슬로프를 질주하며 "히마(태국어로 '눈'을 뜻함)"를 연발했다. 아이들은 "내가 '겨울 왕국' 주인공"이라며 눈가루를 뿌려댔다. 태국 설 명절인 송크란 축제 연휴를 맞아 이날 용평을 찾은 200여 태국 관광객들은 설원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번 '눈 축제'는 한국관광공사가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하는 '지역 특화 마케팅'의 일환이다. 지난해 47만명이 한국을 찾은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필리핀에 이어 둘째로 큰 시장. 관광공사는 매년 4월 송끄란 축제 기간에 해외 여행을 떠나는 2만여 명을 겨냥해 '봄'과 '눈'을 결합한 아이디어 상품을 냈다. 동남아 관광객 대상 '추위 마케팅'이 대부분 겨울철에 집중된다는 상식을 뒤집은 것으로, 봄철 비수기 스키장을 활용한 역발상 전략이다. 강옥희 관광공사 본부장은 "각국 문화와 여행 행태를 면밀히 분석하면 틈새 시장이 보인다"며 "관광 시장 다변화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非중화권 관광 시장 틈새를 노린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807만명에서 올해 400만명 이하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724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방한 관광객은 올해 1500만명대로 뒷걸음칠 가능성이 크다. 관광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의 위기 상황인 지금이 역설적으로 중국에 치우친 국내 관광 시장 체질을 혁신할 기회"라고 말했다. 동남아와 중동, 일본 등 비(非)중화권 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공사는 지난 2월 개봉해 히트를 친 필리핀 영화 '마이 엑스 앤드 와이즈'(My Ex & Whys)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관광 상품을 내놓고 현지 모객(募客) 활동에 돌입했다. 헤어진 두 남녀가 한국 여행을 통해 관계를 회복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로, 명동·남이섬·N타워 등 국내 관광지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최근 부상하는 동남아 무슬림 시장, 특히 최근 5년 새 갑절로 늘어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시장은 관광 업계의 블루 오션으로 꼽힌다. 관광공사는 이슬람 신자들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난 뒤 6월 말 시작되는 '이드 알피트르' 명절 때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공사는 무슬림을 위한 할랄 음식점이나 기도실 등 인프라를 확대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지 2030 대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 코트 프레싱 전략'으로
관광공사는 올해 방한 일본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애초 25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려 잡았다. 2012년 351만명에서 2015년 183만명까지 급감했지만, 지난해 230만명으로 반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일본 시장 공략의 키워드는 '마이 퍼스트 코리아'(My First Korea)이다. 주 타깃은 해외 여행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이들로, 구체적으로는 지방에 거주하는 2030 세대이다. 일본인 중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24%에 불과하고, 지방에서는 10%대로 뚝 떨어진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 일본 지방 정부가 10만원 정도인 여권 발급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한국에서는 이들을 위한 방한 상품을 만들어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중국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양한 국가와 연령, 계층별로 대상을 세분해 맞춤 상품을 내놓는 '올 코트 프레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