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제조공정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혁(사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메카트로닉스융합기술그룹 박사와 이창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유기반도체의 양극성을 활용해 전자소자를 구현, 반도체 제조공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스마트폰이나 TV 등 가전제품에는 보통 무기 반도체가 사용된다. 기본 소자인 ‘CMOS’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가 필요하다. n형과 p형 반도체는 각기 특성이 달라 별개의 기판에서 성형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 횟수가 증가하고 양산 비용이 높은 게 단점이다.

반면 양극성 물질인 유기반도체는 극성 조절에 따라 n형과 p형 반도체 양쪽 모두 사용될 수 있어 복잡한 전자소자를 하나의 물질로 만들어 공정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유기반도체 극성 조절 기술은 특정 시스템에만 적용 가능해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유기반도체를 활용한 반도체 공정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 찍어내듯이 CMOS 회로를 생산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면적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극성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혁 생기원 박사는 “자율주행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 핵심부품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번 기술은 반도체 제조공정을 약 50%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반도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