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세계 공룡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격전지가 됐다.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등 미국 대형 기업들이 3~4년 전부터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한데 이어 최근 2년간은 중국 디디추싱,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해 미국 기업과 경쟁 중이다.

인구 12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라는 점과 미국, 중국, 한국 등과는 다르게 IT 시장과 관련한 빡빡한 규제가 없는 점 등이 인도 IT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인도에 발빠르게 투자하기 시작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출혈 경쟁이 심화하자, 인도 업체 간 '빅딜'을 추진하는 등 인도 투자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 글로벌 공룡 기업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각축전

손정의(맨 왼쪽)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나렌드라 모디(왼쪽에서 둘째) 인도 총리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메릴린치는 현재 약 15조원에 이르는 인도 전자상거래 매출 규모가 2025년이면 약 91조~11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시장 규모 덕에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간 경쟁은 격화되는 중이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플립카트가 45%를 점유하고 있고, 스냅딜이 26%, 아마존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플립카트와 스냅딜은 각각 150억 달러, 65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까지 플립카드, 스냅딜, 아마존 3개 회사의 손실액은 총 938억루피(약 1조7000억원)로 전해졌다.

글로벌 큰 손들의 투자 전쟁도 뜨겁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도 올해 3월 인도의 온라인 쇼핑 벤처 페이티엠(Paytm)에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하며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2015년 페이티엠 모회사 원97커뮤니케이션스 지분 40%를 인수하는데 5억달러(약 1조원)를 투입했다.

여기에 맞서 플립카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중국계 스타트업인 텐센트로부터 약 14억달러(1조6009억원) 투자를 받아 1위를 고수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플립카트는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한 투자이며, 해당 투자는 텐센트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격화하자 일본 소프트뱅크는 인도 시장 1, 2위인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와 스냅딜 합병을 추진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스냅딜 모회사인 재스퍼인포테크의 지분 35%를 갖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플립카트에 스냅딜을 약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 매각해 합병시키기 위해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과 논의 중이다.

손정의 회장은 인도 전자상거래 1, 2위 업체의 합병이 '일거양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발생한 손실을 줄이고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인도 시장 확대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아마존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50억달러(약 5조71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최고 투자처 된 인도시장…美·中 공룡들 승부

인도는 전자상거래 분야 외에도 소셜미디어, 차량 공유 분야 등에서도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페이스북이 서비스하고 있는 왓츠앱의 경우, 미국 사용자보다 인도 사용자가 더 많다. 페이스북에게 인도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셈이다.

텐센트 본사.

페이스북이 인도 투자를 늘리며 최근 점유율을 늘려가자 중국의 텐센트가 인도 토종 메신저 앱 업체인 '하이크'에 1억7500만달러(약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앞장섰다. 현지 업체에 투자해 페이스북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중국에서 디디추싱에 밀렸던 미국의 우버는 인도 차량 공유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지난해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버는 10억달러 이상의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낸 디디추싱은 2015년부터 인도차량공유업체 올라를 소유한 ANI테크놀로지에 투자하며 또 한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홍콩 조사기관 AVCJ 리서치는 2015~2016년 중국의 인도 스타트업 투자가 총 32억달러(3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미국의 투자금액인 14억달러(1조6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중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주목해볼만 하다"면서 "인도 인터넷 보급률이나 스마트폰 사양, 기업환경 등이 10년 전 중국과 비슷해 인도 업체들도 중국 업체에 적극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