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은 ‘배터리 발화’ 문제만 아니었다면, 대박이 날 제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사용해 본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좋았습니다. 만약 리퍼비시(Refurbish·재정비 제품)로 갤럭시노트7이 반값에 출시된다면, (폰을 구매하려는 수요로) ‘대란’이 일어날 겁니다.”

‘갤럭시노트7’가 이름을 바꿔 돌아온다. 갤럭시노트7의 프로젝트명은 ‘그레이스(Grace)’였다. 새롭게 출시된 리퍼비시 제품의 이름은 ‘갤럭시노트7R’,프로젝트명은 Grace R로 알려졌다. 여기서 ‘R’은 리퍼비시를 뜻한다.

단종과 리콜을 통해 통신사 대리점에 반납된 갤럭시노트7 제품의 모습

‘비운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지난해 8월18일 공식 출시된 직후 잇따른 발화사고로 10월11일 단종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23일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배터리’ 불량이라고 발표했다.

◆ 베트남서 포착된 갤럭시노트7R…배터리 용량 맞추고 출시 시기는 8월 이전이 유력

2016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뜨겁게 달군 ‘화재(火災)의 제품’ 갤럭시노트7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전진기지인 베트남에서 갤럭시노트7R에 관한 정보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지난 9일 베트남 현지매체인 삼성VN이 리퍼폰으로 판매될 갤럭시노트7R 제품사진 4장을 공개했다. 갤럭시노트7R은 외관디자인과 사양은 그대로 두고 케이스와 배터리 등 일부 부품을 바꿨다. 갤럭시노트7R과 관련된 정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전진기지인 베트남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베트남에서 유출된 사진을 보면 배터리 용량이 달라진 점을 볼 수 있다. 갤럭시노트7R은 배터리 용량을 기존 3500mAh(밀리암페어아워)에서 3200mAh로 약 9% 낮췄다.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이 배터리 문제였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을 낮춰 안전성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노트7의 리퍼비시 제품인 ‘갤럭시노트7R 제품으로 추정되는 이미지

모델 번호는 SM-N935로 원작(SM-N930)과 달라졌다. 갤럭시노트7R은 5.7인치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스냅드래곤 820·엑시노스 8890 프로세서, 안드로이드 7.0(누가) 운영체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기가바이트(GB) 램과 64GB 저장 공간, 전·후면에 각각 1200만, 5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기존 갤럭시노트7과 사양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삼성 관련 기사를 전문적으로 쓰는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R의 펌웨어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갤럭시노트7에 대한 출시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리퍼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별 규제당국과 통신사업자간 협의가 필요하고 시장 수요를 고려해 판매 시장과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갤럭시S8의 신제품 효과가 끝나가는 7~8월쯤 갤럭시노트7R의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월 부터는 갤럭시노트8의 공개 및 출시 등의 일정이 진행되면서 갤럭시노트8의 마케팅에 악영향을 미칠 뿐더러,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잠식효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3분기 갤럭시노트8(가칭)의 출시를 앞두고 노트 시리즈를 재조명하는 역발상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갤노트7 배터리 발화로 생긴 노트 시리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리브랜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총 20만대 제품을 대상으로 충·방전 시험을 했다. 사진은 방수 기능이 발화 원인인지 조사하기 위해 제품 뒷면 커버를 분리한 뒤 검사하는 장면.

◆ 갤노트7R, 한국 출시 유력 ‘통신사와 협의중’…돈보다는 명예회복과 배터리 문제 증명

갤럭시노트7R 출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출시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R을 미국 시장에서는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2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갤럭시노트7 리퍼폰을 판매나 대여 용도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컨슈머리포트는 이 같은 사실을 미국 규제 당국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서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리콜을 결정했던 CPSC가 리퍼폰 판매에 부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R은 일부 지역에 한정돼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폰아레나는 갤럭시노트7R은 북미지역을 제외한 아시아 및 일부 유럽지역에 한정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내놓은 ‘갤럭시S8’과의 경쟁을 피하고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최고급 제품) 모델 구입이 부담스러웠던 아시아 일부 국가에 판매하지 않을 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내 출시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R의 국내 출시를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에 수요조사를 끝냈다. 수량은 약 50만~60만대 수준으로 모델명은 ‘SM-N935(SKL)’으로 알려졌다. 색상은 단일 색상으로 골드가 가장 유력한 상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납받은 갤럭시노트7 물량이 300만대 수준”이라며 “몸값 낮춘 갤럭시노트7 리퍼 제품은 국내에서 큰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도 국내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R의 가격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일로부터 8개월가량 시간이 지나 최신 제품보다 사양이 떨어지는 데다 발화 문제로 배터리가 전면 교체된 만큼 가격대는 50만~60만원대로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출고 당시 갤럭시노트7의 가격은 99만8900원이었다.

특히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S8의 가격도 100만원 이하로 책정한 만큼 갤럭시노트7R의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체 결함으로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것인만큼 삼성전자가 돈을 벌 목적으로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을 수리해서 리퍼폰으로 내놓는 이유는 돈보다는 명예회복과 함께 배터리만의 문제였다는 것을 시장에 증명해주는 효과 때문”이라며 “다만 너무 저렴한 가격을 출시할 경우 시장의 혼란을 주고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등 다른 제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