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대학생 등 금융기록이 없어 카드 발급이 거절된 고객에 새 심사모형을 적용, 재심사 기회를 부여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대안신용평점 체계를 개발해 통신·모바일·이메일 사용 기록만으로 카드를 발급해 줄 계획이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해 말 개시를 목표로 글로벌 대안신용평가사 렌도와 손잡고 고유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카드 발급 심사 때 나이스평가정보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평가사(CB)의 신용평점등급과 가처분소득 기준에 의해 발급이 거절된 고객들이 대상이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은 CB에서 매긴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고객에게 카드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 신용등급이 1~6등급인 고객이더라도 금융감독원의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규준'에 따라 월가처분소득 5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발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카드사들이 CB정보로 카드 발급을 결정하다보니, 상환 능력이 충분하지만 일괄적으로 심사에서 탈락하는 고객들이 생겼다. 이들은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쌓인 금융거래 내역이 없는 사람들)'로, 주로 신용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사회초년생, 대학생, 노년층 등이다. 이들은 빚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신평사 신용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카드 발급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 서비스 제공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씬파일러들을 고객으로 흡수하기 위해 현대카드는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통신 요금 납부 데이터 뿐만 아니라 통화하는 빈도, 통화하는 사람,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 수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신용을 평가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금융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이 카드를 이용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신용점수 이외의 정보를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져 더 체계적인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기계학습 등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디지털 혁신이 불붙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지난해에는 국내 AI 핀테크 기업 솔리드웨어와도 협력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 내부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같은 해 현대카드는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컴퓨터과학자 오승필 상무를 디지털 본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한카드는 AI랩을 신설하고 카카오 출신의 AI 전문가 박승택 랩장을 영입했다. 이와 더불어 신한카드는 올해 초 사내에 디지털·글로벌 전담조직인 DT(Digital Transformation)부문을 신설하고 직급 단순화, 유연근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스타트업형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기술 도입을 바탕으로 기존의 심사·발급 체계를 벗어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KB국민·삼성·롯데·우리카드도 카드 발급에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 "우량한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카드 발급량을 무분별하게 늘리다보면 지난 2003년 '카드사태'처럼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 같은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한 카드사들의 회원 신용 평가 방법이 합리적인지, 부실 현황은 어떤지 등을 감독 당국이 철저하게 감시·감독해야한다"면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짧아 무분별하게 매출을 확대하고자 회원 수를 늘릴 수 있으니 내부 통제 시스템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