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의 초상화.'

화려한 색으로 물들인 사람 뇌의 단면은 사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신경과학자인 그레그 던(Dunn) 교수와 동료 2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틈틈이 아마추어 화가로 활동하는 이들은 2년에 걸친 수작업으로 50만개의 뉴런(신경세포)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작품의 제목은 '흰색·붉은색·보라색빛 아래에서의 자기 성찰.'

미 국립과학재단

이 그림은 지난달 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주최한 과학 데이터 시각화 경진대회인 '2017 더 비지스(The Vizzies)'의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서 우승했다. 던 교수는 "우주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기계가 우리 안에 있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뇌 속이 궁금했다. 하지만 뇌는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첨단 영상 기술이 발전했지만 일부 단편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뇌는 평균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졌는데 세부적으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마을은 몇 군데 알지만 어떤 길로 서로 이어지는지 모르는 셈이다.

뇌지도는 뇌의 뉴런들이 어떻게 구조적, 기능적으로 연결됐는지 알아내는 작업이다. 정밀한 뇌지도를 확보하면 그동안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각종 퇴행성 질환이나 정신 질환이 어디가 잘못돼 발병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뇌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의 내비게이션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뇌지도를 만들려면 전자현미경으로 수천 장의 뇌 단면을 찍은 후 이를 3차원 이미지로 바꿔 뉴런 간의 상호 관계를 말해주는 빅데이터(대용량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뇌지도 개발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2013년부터 각각 5조5000억원과 1조4000억원을 들여 뇌지도를 만들고 있다. 일본도 3000명 이상의 뇌 샘플을 모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3400억원이 들어가는 뇌과학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