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 규제완화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방카슈랑스 판매를 영업점당 2명으로 제한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휴가 등 결원이 생기면 지점 당 1명밖에 보험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면이 많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요구를 계속 정부에 해왔지만 다음 달부터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되는 대표적 상품인 장기저축성보험의 세제혜택이 축소되기 때문에 이런 규제완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방카슈랑스 2인 규제 풀어 달라"…정부에 요청한 은행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의견을 모아 방카슈랑스 판매 인원제한(2인 규제)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며 완화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창구에서 보험사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하도록 한 제도로 2003년부터 은행들은 연금보험, 장기저축성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판매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은행 직원이 한 지점당 2명씩만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이들이 지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은 보험상품에 대해 상담이나 판매를 하지 못한다"며 "이런 규제는 방카슈랑스 판매 직원으로 지정된 사람이 휴가 등으로 결원이 되면 판매인원이 부족해지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은행연합회가 정부에 완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이외에도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보험상품을 연금보험, 저축성보험 외에 자동차보험‧종신보험까지 확대하고 은행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도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또 은행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하도록 한 '25%룰'에 대해서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5%룰은 2003년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49%였지만 2005년부터는 25%로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점 이외의 외부공간에서도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보험상품을 판매하기를 원하고 있고, 현재 25%로 제한된 한 보험사 상품에 대한 판매비율 규제도 33%나 49% 등으로 완화해달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법 개정으로 저축성보험 세제혜택 축소, 방카 수수료 수익 악화될 듯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를 거세게 요구하는 이유는 저축성보험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방카슈랑스 영업 환경이 악화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부터 개정된 세법이 시행됨에 따라 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이 줄어든다. 월적립식 저축성 보험 가입자는 월납입금 한도와 관계없이 전체 적립액의 15.4%에 해당하는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지만 4월부터 가입하는 고객은 월납입액 1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시납 보험의 기존 가입자 비과세 혜택도 보험료 합계액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들고 최소 10년 동안 보험을 유지해야 한다.
저축성보험의 절세혜택이 줄어들면서 판매하기가 쉽지 않아지는 셈이다. 방카슈랑스 영업을 하는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보다 30%이상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4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2774억원으로 전년보다 662억원(19.2%)이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예적금을 받는 것보다 수수료 수익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해왔고 은행 직원들의 실적에도 방카슈랑스 영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저축성보험 상품은 매력이 떨어지고 영업에는 규제가 많아 지속적으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