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어떤 기업입니까.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입니다. 나라에서 대우조선해양도 살려주는데 한진해운을 죽게 내버려 둘까요? 액면가 5000원 주식입니다. 최소 500원까지 갑니다.”

지난 7일 상장폐지된 한진해운의 불씨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살아있다. 한진해운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에서 각종 루머와 함께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 장외시장에서 또 다시 롤러코스터 타는 한진해운

한진해운은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6일까지 7일 동안 정리매매를 거쳤다. 정리매매 마지막 날 한진해운의 주가는 12원에 마감했고 다음날인 8일 한진해운은 상장폐지됐다.

현재 한진해운의 주식은 장외 주식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 호가게시판(K-OTCBB)에 따르면 전날 한진해운은 한 주당 평균 49원에 총 22만9345주가 거래됐다.

이보다 폭등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한진해운은 한 주당 100원에 4만3334주의 거래가 체결됐다. 전날 거래가격(25원)의 4배나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 한진해운은 30원까지 폭락한 가격에서 약 7만주가 거래됐다.

최근 들어서는 거래량이 부쩍 늘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주당 29원에 20만주, 21일에는 29원에 40만주, 23일에는 34원에 55만주의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량의 정점은 24일 주당 32원에 80만주가 체결됐을 때다.

◆ 하루 게시글만 수백 개…커뮤니티를 통해 루머 양산

한진해운 주식에 대한 열렬한 관심은 장외주식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38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이트에서는 한진해운과 관련된 글이 하루에 수백 개씩 올라온다. 38커뮤니케이션은 장외주식에 대한 정보와 주주들의 토론방을 제공하는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동호회’란 이름으로 각 종목별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한진해운에 관한 루머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한진해운 게시판에서는 온갖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범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대선 후보를 거론하며 “A가 경선을 통해 당 후보로 확정되면 부산의 표심을 위해 한진해운 회생을 공약으로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법원에서 회생시킨다고 하더라”, “정권 바뀌면 최소 500원 가능하다”, “청산 배당이 꽤 된다고 하더라” 등 루머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한편 올해의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로 꼽히며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히려 한진해운과 비교했을 때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29일 오후 3시 현재 한진해운 게시판에서는 하루 동안 5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같은시각 넷마블게임즈는 11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0개의 글이 게시됐다.

◆ 청산 후 한진해운은 세상에서 사라질 주식…“한 푼도 회수 못해”

한진해운이 다시 회생을 하게 된다든지 주가가 급등할 거라는 전망은 실체가 없는 기대감이다.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한진해운은 상장폐지가 되기에 앞서 이미 개미들의 ‘폭탄돌리기’를 통해 롤러코스터를 탄 경력이 있다. 그리고 결국 정리매매 기간 동안 종가 기준으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떨어지며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다.

한진해운은 현재 파산에 따른 청산절차를 밟는 중이다. 흔히 한진해운의 주식을 ‘휴지조각’이라고 비유한다. 선순위인 채권자들을 상대로 청산이 끝나면 사실상 남는 자산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후에 현재 주주들은 청산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고, 한진해운이라는 주식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진해운은 법원에 의해 최종 파산 결정이 내려졌고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투기심리에 의해 아직 거래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에는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런 사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는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