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리비 분담금 미납에 따라, 귀하의 아파트 소유권을 정부로 이관합니다.'

독일에서는 주민 다수가 결정한 아파트 수리·보수 작업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이런 공문을 받는다. 해외에서는 집이 낡으면 소유주가 돈을 들여 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재건축 절차를 명시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공용 부분을 관리할 때 사용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이나 장기수선계획 등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장기수선계획이나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개념이 없다. 대신 소유자 다수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수리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수리비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소유권을 박탈(독일)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다. 또 국가가 나서서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적극 구입(프랑스)하는 등 주택의 유지·보수를 강제하는 조항이 많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을 촉진하는 법을 만들었다. 일본은 2014년 '맨션(아파트) 재건축 원활화 추진법'을 개정,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사업성이 좋아지도록 건축 제한을 완화해준다.

프랑스는 노후화되고 황폐화된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서 주택 임시관리자 파견제도를 운영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노후화되면 법원이 임시 관리인을 파견한다. 이 관리인은 아파트 관리 조합의 재정 상황 등을 분석하고 해당 단지가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재건축만 바라보며 자가 수선 등을 고려하지 않다가는 사업성 없는 단지는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