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은 바로 ‘감성’입니다. 그게 바로 삼성의 차기 브랜드 철학입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위치한 삼성 마케팅 센터(삼성 837). ‘갤럭시S8’의 공개를 이틀 앞둔 날, 삼성전자는 현지 중장기 브랜드 전략 발표 자리에서 “앞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lifestyle brand)’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동원할 수 있는 기술 요소를 투하해 개발한 제품이 갤럭시S8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선언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갤럭시S8을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 곳곳에 크고 작은 감동을 주는 제품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 통합 마케팅 캠페인(IMC)을 이끄는 피오 슝커(Pio Schunker) 전무는 “밀레니엄 세대(20~30대)한테는 ‘이게 우리가 파는 제품’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제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감성을 파는 시대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가 달라졌다... 체험은 'OK', 판매는 'NO'

이날 삼성전자가 중장기 브랜드 전략을 발표한 장소 ‘삼성 837’은 이 회사의 새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원래 이 곳은 정육 공장이 즐비했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정육 거리)’의 한 건물이었다. 건물 뒷편에는 아직도 ‘수퍼시티 미트’라는 간판이 남아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배고픈 젊은 예술가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이 거리는 패션, 예술, 문화가 ‘융합의 거리’로 변신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2월 이곳에 북미 마케팅의 전초기지인 ‘삼성 837’의 문을 열었다. 삼성 837이라는 이름은 주소(837 Washington St, New York)에서 따왔다.

미국 뉴욕에 있는 삼성 마케팅센터(삼성 837)의 전경

삼성 837 입구에 들어서자 가로 9미터(m), 세로 10m의 대형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55인치 디스플레이 패널 96개를 붙여 만든 스크린이다. 스크린 옆에 마련된 ‘갤럭시S7 포토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자, 모자이크 기법으로 표현된 관람객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삼성 837에서는 제품을 ‘체험’할 수 있을 뿐 ‘구매’할 순 없다. 판매 공간 자체가 없다. 누구든, 언제든 가벼운 맘으로 들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삼성 837이다. 삼성 837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태블릿·가상현실(VR) 기기·스마트워치·노트북·TV·가전 등 모든 제품군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삼성 837에선 뉴욕에서 유일하게 당일 애프터서비스(AS)가 가능하다. 사용자들은 제품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게임∙업무∙독서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곳곳에 녹아 있는 셈이다.

한 관람객이 5대의 갤럭시S7 제품으로 촬영하는 ‘갤럭시 포토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삼성전자는 유명 사진작가 까를로스 세라오(Carlos Serrao)와 협업해 ‘휴(Hū)’코너도 만들었다. 터널 안에 스마트폰을 설치해놓고 폰 앞에서 방문객들이 동작을 취한 후 터널을 통과하면 터널 외벽의 스크린에서 취했던 동작이 예술 그름으로 형상화했다.

◆ 삼성, 북미 지역에 ‘러브 캠페인’ 돌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전략을 이끄는 슝커 전무는 코카콜라, 메르세데스 벤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전담한 전문가다. 삼성전자가 2015년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발표회장에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것"이라면서 “그럴러면 혁신적인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소비자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는 지를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대해 1600만 화소 카메라 등의 정보보다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제대로 포착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라는 점을 더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삼성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들과 다각적으로 준비를 해왔고 갤럭시S8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부사장(왼쪽), 피오 슝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 통합 마케팅 캠페인 담당 전무(오른쪽)

이 부사장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로 겪은 브랜드 위기도 ‘감성'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1월 갤럭시노트7 재발 방지 대책에서 발표한 내용을 감성적 콘텐츠로 만들어 미국 시장에서 내보내고 있다"면서 “일명 ‘러브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출시와 단종으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도 “하지만 3~4년 전부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삼성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왔고, 이제 제대로 소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갤럭시S8이 바로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람객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냉장고의 사양을 선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