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9000억원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이 채권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대안입니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임직원들이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23일 발표한 '신규 자금 2조9000억원 지원, 부채 2조9000억원 출자 전환' 방안이 채권단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법이라는 논리로 개별 채권자 설득에 나선 것이다.

27일 본지가 입수한 채권단 자료에 따르면 이 방안이 거부되면 'P플랜(Pre-Packaged Plan)'이 발동돼 신규 자금만 3조5000억원 이상으로, 현재 방안보다 신규 자금이 6000억원 이상 더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산업은행은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시중은행 등을 대상으로 'P플랜'이 가동되지 않도록 출자 전환(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에 동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대우조선은 다음 달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간부 200여 명이 나서 국민연금 등 대우조선의 회사채·CP(기업어음)를 가진 사채권자들에게 출자 전환에 동의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P플랜' 경우 6000억원 이상 더 들어

정부와 채권단은 P플랜이 가동되면 신규 자금 필요액이 자율 방안에서 제시한 2조9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α'로 6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플랜은 일단 법정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해외 선주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꺼리게 되고, 그로 인해 대우조선의 자금줄이 더 마르게 될 것이란 근거에서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은 2017~18년 74억달러, 약 8조원 새 선박 수주를 가정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P플랜이 작동되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의 출자 전환도 배 가까이 늘어난다. 현재 고통 분담 방안엔 산은·수은은 100%, 시중은행은 80%, 국민연금 등이 가진 회사채·CP는 50%를 출자 전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P플랜에 들어가면 구분 없이 90% 이상 출자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의 경우 100억원 기준으로 95억원 출자 전환한 선례가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 3900억원을 쥔 최대 사채권자 국민연금으로선 '50% 출자 전환이냐'와 '90% 이상 전환이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 간부들, 채권자 설득 총력전

대우조선은 P플랜에 들어가면 수주가 끊기고 지금보다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전제로 자금이 지원된다. 혹시 법정관리란 오해를 받으면 아예 회사 간판을 내릴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우조선은 사무직 부·차장급 간부 200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채권자 설득에 나선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재조정해야 할 회사채가 1조3000억원으로 작년 비슷한 경험을 한 현대상선(8042억원)보다 많고, 사채권자 집회가 5차례 열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 채권 투자자 명단이 파악되면 곧바로 전국 각 지역에 있는 개인 채권자들을 찾아가 동의 서명을 받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가결된다. 5차례 중 한 차례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P플랜행(行)'이 불가피하다.

'P플랜'선박 발주 취소 위험은 줄어

P플랜의 장점 중 하나는 발주 취소(builder's default)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현재 주문을 받아 놓은 114척 중 96척에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약 취소 사유가 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실사 법인은 통상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40척의 발주 취소가 나온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신규 자금이 지원된다는 전제가 있는 P플랜 아래에선 "배를 완성해 보낼 자금이 있다"고 선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 채권단은 선박 주문 취소를 소난골, 시드릴 등이 발주한 해양 플랜트 3척 수준에서 막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P플랜은 통상적인 법정관리 같은 충격을 주지 않아 '가공의 대안'이 아니라 '가능한 대안'"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선 채권단이 자율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최우선 방안"이라고 말했다.

☞P플랜(Pre-Packaged Plan)

채권단이 부실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지원 계획 등 사전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강제적으로 채무를 조정해 회생 가능성을 높여 주는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