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공장. 작업자가 한 손에 카오디오 윗부분을 들고 다른 손으로 아랫부분과 전선을 연결했다. 다음에는 위아래 부분을 마주 대고 네 귀퉁이의 작은 나사들을 조여 완성품을 만들었다. 전자제품 조립 라인의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놀랍게도 작업자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 바로 로봇 전문 업체 로보스타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산업용 양팔 로봇 '아미로'이다. 용접이나 나사 끼우기 등 특정 작업만 했던 기존 로봇과 달리, 아미로는 사람처럼 카오디오를 들고 돌려가며 필요한 부품을 끼웠다. 강귀덕 로보스타 사장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 전자 업체의 조립 라인에 아미로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의 로보스타 공장에서 강귀덕 사장이 산업용 양팔 로봇 ‘아미로’의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아미로는 왼손으로 카오디오 윗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 전선을 집어 카오디오 아랫부분과 연결시켰다.

차세대 산업용 로봇 시장에 한국이 도전장을 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도현민 박사는 "아미로는 인간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코봇(Cobot, Collaborative robot·협업 로봇)'"이라며 "일종의 인공지능(AI·artifi cial intelligence)이 탑재돼 있어 프로그램을 따로 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바로 작업 과정을 배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미로처럼 두 팔을 가진 코봇은 스위스 ABB, 일본 야스카와·카와다, 미국 리싱크로보틱스 정도가 상용 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우리나라가 로봇 선진국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형 전자제품 조립 라인에 적합

아미로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이다. 덕분에 사람이 일하던 작업 공간에 바로 도입할 수 있다.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기술이 들어 있어 사람과 같은 생산 라인에서 작업할 수도 있다. 로봇이 제품을 조립해 넘기면 사람이 흠집이 있는지 검수하는 식의 협업이 가능하다. 영국의 투자사인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인공지능 코봇은 다품종 소량 생산 작업에도 투입할 수 있어 전 세계 제조업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 생산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보스타는 IMF 경제 위기 당시 해체된 LG산전 로봇사업부 출신 8명이 1999년 창업했다. 이후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의 공장 증설 붐을 타고 2012년 매출 690억원에서 작년 150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LCD(액정디스플레이)나 전자 부품을 이송하는 로봇이 주력 제품이다. 이 회사가 코봇에 도전한 것은 미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IT 업계의 디스플레이·반도체 공장 증설은 곧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컸고, 시장이 큰 자동차 용접 로봇에 도전하자니 유럽과 일본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빈틈이 없었다. 로보스타 남궁휘문 이사는 "2011년 이후 산업용 로봇 선두 업체인 ABB, 독일 쿠카, 일본 화낙 등이 잇따라 조립 로봇을 핵심 사업으로 발표했다"면서 "이 시장에서 밀리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로보스타는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정부 연구비를 받아 산업용 양팔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케이블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몰랐다. 로봇 팔 두 개가 같이 움직이면 케이블이 꼬여 고장이 나기 일쑤였다. 하나하나 새로 배우듯 노력한 끝에 지난해 아미로가 완성됐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포장 라인을 똑같이 만들어 시험까지 마쳤다. 로보스타는 현재 생산 공정 최적화와 인간과 협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람과 로봇 협업으로 생산성 85% 증가

전 세계 로봇 업체들은 앞다퉈 코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쿠카와 화낙, 덴마크 유니버설로봇 등은 먼저 팔 하나로 된 코봇을 개발해 항공기와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게 했다. 미국 MIT 연구진은 자동차 업체 BMW 생산 라인에서 외팔 코봇을 도입한 결과, 사람이나 로봇이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85% 높아졌다고 밝혔다. 남궁휘문 이사는 "양팔 코봇이 도입되면 생산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는 "전 세계 코봇 시장이 2015년 1억달러에서 2020년 3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회계컨설팅 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4일(현지 시각) "로봇이 가져온 자동화로 인해 15년 안에 미국 내 일자리의 38%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