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표결을 시도한 '트럼프케어'(건강보험개정법안)가 결국 최종 철회됐다. 그 동안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던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Bloomberg) 등 외신은 일제히 트럼프케어의 철회 소식을 전하며 그의 나머지 정책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부터 세제개혁안 추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공화당 반대 부딪힌 '트럼프케어'…결국 트럼프 스스로 철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강력 추진할 뜻을 밝혀왔던 트럼프케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에 있는 건강보험 의무 가입 조항을 없애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연령에 따른 일률적인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돈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케어가 폐지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 3200만명의 보험미가입자가 발생하고 민간보험료도 두배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법안은 공화당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법안 내용이 오바마 케어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며 대폭 수정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다면 하원 표결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혀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수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의 첫 하원 의원 표결이 예정됐던 23일 표결 직전까지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트럼프케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찬성표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는 다음날인 24일로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하원 의원들에게 "더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케어가 금요일 하원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2010년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를 그대로 둘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했다. 그러나 24일 결국 표결은 무산됐고, 최종적으로 법안 상정이 전격 철회됐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헬스케어 법안의 표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과에 필요한 공화당의 찬성표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고했고, 철회할 것을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케어를 이어가는 만큼 세금제도 개편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 "민주당 도움 없었던 탓…세제개혁 추진할 것" 눈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의 실패를 민주당의 탓으로 돌리며 앞으로 세제개혁안 추진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가 표결 통과에 실패한 것이 실망스럽지만 별로 놀랍진 않다"며 "우리는 민주당의 지원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었고, 그들이 함께 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케어를 계속 이어가겠지만, 이는 곧 폭발할 것"이라며 "그 때 나를 다시 찾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우리는 헬스케어 법안(통과)에 매우 근접했고,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며 "이제 세제개혁안 추진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증시는 트럼프케어 철회와 세제개혁안 추진 소식이 맞물려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와 S&P가 각각 0.29%, 0.08%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0.19% 올랐다. 전문가들은 세제개혁안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트럼프케어 실패에 대한 실망감을 줄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제공

아트 카신 UBS 전략가는 "이날 주가 하락폭은 세제개혁안에 대한 기대로 제한적이었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제개혁안 의회 승인을 추진하는지에 주목하며 움질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트럼프케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결과는 단기적으로 시장 분위기에 중요하겠지만, 월가의 우려는 매우 과도하다"며 "세제 개혁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번에 한 두개 정책에 실패한다고 해도 이것이 친성장 정책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케어 실패, 나머지 정책 이행 '빨간불' 우려도

다만, 일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이번 법안 통과의 실패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또 이에 따라 세제개혁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친성장 정책 시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오바마 도청 의혹에 대한 역풍, 측근의 러시아 스캔들 등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도 급락한 상태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은 이날 트럼프케어 철회에 대해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큰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루크만 오투누가 FXTM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헬스케어 법안이 부결되면서 시장은 자연스럽지 않은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세제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이번 실패가 세제개혁,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 대통령의 나머지 법안의 잠재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 글로벌 금리·외환 투자전략가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계속된다는 전제는 그가 대선 기간에 공약으로 내세웠던 감세, 국방과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증대, 규제 개혁이 실제 단행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