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을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잠정 보류했다. 당초 기아차는 플래그십 세단 K9,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 스팅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를 묶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최근 제네시스 G70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팅어에 별도 엠블럼(상징 문양)을 달기로 하면서, 2017 서울모터쇼에서 스팅어 공개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스팅어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이 5.1초밖에 걸리지 않는 스포츠 세단이다.
이미 브랜드 작명도 진행되고 있었다. 2015년 12월 기아차는 특허청에 에센시스(Esencis), 에센투스(Esentus), 에센서스(Esensus) 등 3가지 상표를 출원했다.
기아차의 후륜구동 플래그십(브랜드를 대표하는 최상위 차종) 세단 K9의 판매 부진도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6월 출시한 현대차 제네시스 G80은 올해 2월말까지 3만대 이상 판매됐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의 경쟁 차량인 기아차 K9은 1365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기아차라는 대중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고급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차량의 상품성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주요 구매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 내부에서 현대차 제네시스도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기아차가 새롭게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경기 불황 시기에 인지도가 없는 새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기아차 관계자는 "특허청 상표 출원은 미리 상표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현재 기아차 고급브랜드 출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스팅어가 성공하면 기아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고급차 수요는 연평균 4%씩 증가해 2020년 최초로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산 자동차가 성장하게 되면 브랜드 가치가 약한 현대차와 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첫 타깃이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는 2010년 '로웨'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