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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344조3000억원에 달한다. 1년새 141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9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로 전년 동기 대비 4.6%포인트 증가했다.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 금융당국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국내 자금 이탈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니 국내 가계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돼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 순자산 증가를 의미하며 생각보다는 소비 위축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28일 '한국 가계의 모든 것'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체 가구 중 약 45%만이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자산 규모 증가 속도가 부채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다"라며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 국면인 것을 감안하면 부채는 유동성제약 발생보다는 오히려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 보유 수준이 높을 때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며 "단기적으로 경기선행지수, 소비자물가지수(CPI), 유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 의류, 오락문화, 가정용품 등 분야에서의 소비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유안타증권 빌딩에서 정 연구원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4일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을 서울 중구 유안타증권 빌딩에서 만났다.

-일반적으로는 부채가 늘면 원금과 이자 상환 압박으로 가계가 소비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보고서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가계 부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부채를 보유한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한국 노동패널 자료를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약 45%만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부채 금액은 약 4300만원이다. 이를 다시 분석해보면 1% 정도의 사람들만이 악성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자료를 실증분석 해보니 부채가 늘면 소비가 위축된다는 상관관계보다는 오히려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채의 증가는 자산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채 증가에 따른 원금과 이자 상환 능력을 소득 수준과 비교하는 것도 옳지 않다. 부채와 자산은 스톡(stock) 개념이고 소득과 지출은 플로우(flow) 개념이다. 부채 증가에 따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줄 수 있다는 것은 비교 대상을 잘못 잡은 것이다."

-부채 증가보다는 자산 증가에 주목하자고 했는데 부채가 늘면 당연히 자산은 늘어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자산은 부채와 자본을 합친 것이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나면 자산은 당연히 늘어난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일부러 부채를 일으켜 자산을 더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고서에서는 총 자산을 거주 부동산과 거주 외 부동산, 금융 자산 등 3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봤다. 최근 부채의 트렌드는 부동산 구입을 위한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채는 거주 외 부동산에 집중된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부채를 끼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60대 이상에서 특히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점은 사람들은 투자를 위한 부채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부채 증가율보다 자산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이는 곧 소비 여력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60대 이외에, 다른 세대를 놓고 본다면 '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채 증가는 실질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출 이자율이 높아지게 되면 부채 상환에 대한 이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닌가.

"예를 들어 5000만원의 대출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자율이 1%가 오르게 되면 상환해야 하는 이자는 일년에 5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12개월로 나눠본다면 한달에 4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미 한달에 내고 있었던 이자 비용을 감안한다면 추가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절대적으로는 크다고 볼 수 없다.

여기에 더하자면 투자를 위한 부채 증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부채 증가 비율보다는 자산 증가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서는 2015년 대비 2016년 가계부채가 증가한 금액은 평균 약 4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1% 이자는 연간 4만원, 월간으로 환산하면 3000원이 조금 넘는다. 이 기간동안 소득은 약 100만원 상승했다. 유동성에 대한 부담 역시 제한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순자산 증가가 부채 증가보다 더 많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치가 오르지 않는다면 자산 가치는 오히려 하락될 수 있고 이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자산 증가가 부채 증가보다 많다고 보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경우로 현재 필요한 가구수는 378만호다. 하지만 현재 서울내 주택 수는 362만호다. 결국 16만호가 부족하다. 여기에 대한 집이 공급돼야 한다. 서울에서 현재 1년 동안 3만호가 멸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에는 주택 가격도 오른다. 즉, 경기 상승기에 자산 레버리지를 많이 올린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 지표도 잘 나오고 있고, 대선을 앞두고서 경제가 선순환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이자율은 당연히 오르고, 주택 가격도 당연히 오른다는 것이다. 결국 부채 증가 보다는 순자산 증가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여전히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질적으로 체감은 못하겠지만 임금 상승률은 연 4% 정도로 나오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대출 금리가 2% 올라도 임승 상승률과 이자율은 2%포인트 차가 발생한다. 2%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월 상환 금액의 증가율은 부채증가율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나고 있다. 부채 늘어나면서 원금을 갚지 않고 있다. 부채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산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부채상환에 부담돼서 소비를 안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부채 외에 소비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어떤 것이 있는가.

"통상적으로는 경기 위축기의 부채 증가는 소비 감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경기 확장기에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소비지출함수를 적용해도 부채 보유 및 규모는 소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고 소득과 자산이 소비와 유의미한 정의 관계를 보인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기조 하에서는 이자비용이 확연하게 줄어들어 부채 보유를 통해 소비를 증가시키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 자산 등에 투자를 하는 등 부채를 자산증식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자산 증식은 최종적으로 소비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가계부채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나.

"일반적으로는 부채액이 늘었다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부채액보다는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이 중요하다. 부채 보유 가구 비중으로만 봤을 때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금융위기 전에는 부채 보유 가구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보면 최근 우리나라 가구 중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지나면서 부실 채권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채가 모두 위험하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내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채가 금융자산보다 적은 사람들은 갑작스런 상환 요구에도 부채를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10% 정도다. 또 금융 자산과 거주 외 부동산 자산까지 합치면 모든 부채를 정리할 수 있는 사람들도 10% 가까이 된다. 모든 자산을 합쳤을 때 당장 부채를 갚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은 4.7%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의 비중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진입했다."

-최근에는 사실상 오히려 돈이 있는 사람들이 부채를 일으켜 투자를 하고 있는 경향이라는 건가.

"맞는 말이다. 부채가 있는 가계 43%만 따로 놓고 본다면 부채액은 7000만~8000만원 정도로 올라간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부채가 4000만원 올라갈 때 자산은 1억원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다시 소득분위별로 나눠서 보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자산도 많고 부채도 많다. 자산효과가 고소득층에 편중돼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부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소득층 소비가 안될 것이냐. 아니다. 경제학계에서는 낙수효과가 있다는 것도 증명됐다고 본다. 언제 소비가 늘어나느냐.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2개 분기 후에 저소득층 소비도 오른다는 결과를 뽑을 수 있었다. 긍정적 선순환이 조금씩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