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내년을 기점으로 잇달아 10.5세대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팹(Fab·공장) 가동을 시작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심각한 공급 과잉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등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3년 내 중국에 10여개의 공장이 설립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7년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KDC 2017)'에서 박진한 IHS마킷 이사는 "지난 10년간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내년부터는 중국의 기업들도 시장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한 이사는 "올해의 경우 1분기 패널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21%에 달하는 등 전체적인 상황은 좋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BOE, CSOT 등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로 패널 시장에 큰 폭의 오버서플라이(Over Supply·공급과잉)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선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경우 BOE가 내년부터 10.5세대 공장을 가동하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BOE뿐만 아니라 CSOT 역시 10.5세대 공장 가동을 위한 장비 발주를 시작했으며 폭스콘 역시 광저우에 10세대급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IHS 마킷에 따르면 내년 1분기부터 BOE의 10.5세대 허페이 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듬해에는 CSOT의 10.5세대 선전 공장도 생산을 시작한다. 같은 해 폭스콘도 10세대 공장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투자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국영 기업인 CEC판다 역시 10세대급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데이비드 셰(David Hsieh) IHS 마킷 애널리스트는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10.5세대 공장 3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보유하게 된다"며 "특히 중국 TV 업체들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직접 운영해 생산라인을 수직 통합하려고 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투자가 진행될 경우 중국 기업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생산량 비중은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40% 수준에 달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비중 40%를 넘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 기업의 텃밭인 OLED 생산량 측면에서도 중국이 3년 내 역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IHS 마킷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 중국에는 10여 개의 OLED 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주로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6세대 공장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현재 세계 최대의 중소형 OLED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장이 3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생산능력 측면에서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게 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도 리지드(Rigid) OLED 패널의 경우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저가형 OLED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의 시장 잠식이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언제 양산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시장의 잠식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