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의 아반떼와 한국GM의 크루즈가 새롭게 단장하고 다시 맞붙었다.

한국GM은 출시 초반 줄곧 고가(高價) 논란에 휘말렸던 신형 크루즈의 가격을 최근 내리고 재정비에 나섰다. 가격 인하를 발표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판매량이 이미 전년동월 판매량을 넘어서는 등 예사롭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형 크루즈는 9년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모델이다.

아반떼를 앞세워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독주해 온 현대차는 오히려 가격대를 올린 2017년형 모델을 내놨다. 트림별 성능을 강화해 신형 크루즈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가격대는 1570만원에서 2165만원으로 1600만원대에서 2300만원대로 구성된 신형 크루즈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다양한 기능을 확대 적용해 안반떼의 독주체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선 아반떼(9만3804대)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고 기아차의 K3( 3만6854대), 한국GM의 크루즈(1만857대)가 뒤를 이었다.

◆ 가격 낮추자 판매 순항 신형 크루즈…인하 발표 보름만에 전년동월 판매량 넘어서

한국GM은 일부 부품의 품질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던 군산공장에서 지난 7일 신형 크루즈 생산을 재개했다. 가동 중단과 함께 2주 정도 늦어진 크루즈의 고객 인도도 14일 시작했다.

이일섭 한국GM 마케팅본부 전무(왼쪽)가 신형 크루즈 1호 고객인 최연식씨와 차량 인도 행사를 갖고 있다.

한국GM에 따르면 21일 현재 신형 크루즈 계약대수는 3000여대로 집계됐다. 지난 8일 가격 인하를 발표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진행한 사전계약 물량은 1500대였고, 이후 13일 동안 계약된 차량이 1500여대였다.

지난해 3월 한 달간 크루즈의 판매량은 1217대였다. 가격 인하를 발표한 뒤 2주가 채 되지 않은 기간의 판매량이 지난해 3월 전체 판매량을 넘어선 것이다. 신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초반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크루즈는 출시 초반 고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가장 낮은 트림인 LS의 가격이 1890만원으로 경쟁 모델인 아반떼의 최하위 트림 가격(1410만원)보다 400만원 이상 비쌌다. 나머지 4종의 가격은 모두 2000만원을 웃돌았다. 이 때문에 준중형 세단을 찾는 소비자들이 최하위와 최상위 트림간 1000만원의 가격 차이를 두고 다양한 모델로 판매되는 아반떼로 눈길을 돌렸던 것이다.

한국GM은 고심 끝에 지난 8일 신형 크루즈의 가격을 최대 200만원 낮추기로 결정했다. LS 모델의 가격은 1600만원대로 인하됐고 LT와 LT 디럭스 트림의 가격도 각각 1999만원, 2151만원으로 내려갔다. 최상위 트림인 LTZ 디럭스의 경우도 2478만원에서 2349만원으로 약 130만원 인하됐다.

한국GM 관계자는 “크루즈는 2008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400만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의 간판 세단으로 성능과 디자인은 이미 검증이 끝난 모델”이라며 “가격 인하를 결정한 이후 비로소 당초 기대했던 신차 출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내부적으로 신형 크루즈의 연간 판매 목표를 3만6000대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마케팅·판촉 강화로 가격 인하 후 시작된 신형 크루즈의 인기를 4월 이후에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서울, 수원, 부산, 광주, 청주 등 전국에 위치한 CGV 극장에 신형 크루즈를 전시하고 현장 응모 고객을 대상으로 영화 프리즌 시사회 초대권을 제공하고 있다. 신형 크루즈를 내세운 쉐보레 레이싱팀도 활동을 시작한다. 한국GM은 “신형 크루즈의 차체 중량이 기존 모델에 비해 약 110kg 가벼워져 올해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아반떼, 기능 개선한 2017형 모델로 맞불…“가격 올렸지만 가성비도 높아져”

현대차는 2017년형 아반떼를 지난 20일 출시하며 신형 크루즈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한국GM이 출시 한 달여만에 크루즈의 가격을 인하해 판매를 재개한 반면 현대차는 아반떼의 일부 트림별 가격을 올렸다.

2017년형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최하위 트림인 스타일의 가격은 1410만원에서 1570만원으로 인상됐고 스마트는 1798만원에서 1825만원으로, 모던은 1965만원에서 2014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은 2165만원으로 가격이 동결됐지만, 대부분 트림의 가격대가 최소 27만원에서 최대 160만원 인상됐다.

현대차는 일부 트림의 가격을 올렸지만 기본 적용하는 안전·편의 사양을 확대해 가성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2017년형 아반떼는 차량 실내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를 포집해 걸러주는 ‘고성능 에어컨 필터’를 기본 적용했고 이온을 통해 차량 내부의 바이러스를 제거해주는 ‘클러스터 이오나이저’를 장착했다. 또 주차시 운전석 도어만 잠금이 해제돼 다른 곳으로 무단 침입하는 범죄 시도를 방지하는 ‘세이프티 언락’ 기능과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범퍼에 내장된 초음파 센서로 장애물과의 거리를 감지하고 경보음을 울려 안전한 주차를 돕는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과 사고 예방과 안전한 주행 환경을 위한 최첨단 지능형 안전 기술 패키지 ‘현대 스마트 센스’도 확대 적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 인상 폭은 최소화한 반면 초미세먼지 필터링 등 다양한 기능을 보강해 전체적인 가성비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가격대가 여전히 신형 크루즈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