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내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금융·여행 등 다양한 이종(異種) 분야 기업들과 공동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치열한 가입자 쟁탈전을 벌여 왔던 통신업체끼리 손을 맞잡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것도 기업 간 제휴·협력을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다. 최명호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잭 웰치 전 GE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한 기업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첨단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종별 경계는 무너졌기 때문에 독불장군처럼 문을 닫아걸지 말고 적극적으로 손을 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대신 협업, 게임업체와도 손잡는 통신업계

SK텔레콤은 20일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1일부터 공동 마케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국내에 출시된 포켓몬고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현실 속에 덧입혀진 가상의 캐릭터를 잡는 게임이다. SK텔레콤은 전국 4000여개에 달하는 공식 인증 대리점을 '포켓스톱'이나 '체육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켓스톱은 포켓몬고 캐릭터를 잡기 위한 필수 아이템을 획득하는 장소를 말하고, 체육관은 게임 이용자끼리 대결을 펼치는 곳이다. 임봉호 SK텔레콤 서비스전략본부장은 "포켓몬고는 SK텔레콤 휴대전화 가입자들을 게임 이용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SK텔레콤은 대리점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휴대전화·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을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6월까지 자사 가입자들이 포켓몬고를 이용할 때 쓰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KTLG유플러스는 경쟁을 접어두고 연대를 구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5일 KT의 음악 서비스 자회사인 지니 뮤직 지분 15%를 267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음악 서비스 분야에서 약점을 갖고 있는 LG유플러스가 KT와 손잡고 지니 뮤직 앱(응용 프로그램)을 LG유플러스가 출시하는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8부터 LG유플러스가 지니 뮤직 앱을 기본 탑재하고 인터넷TV(IPTV)에서도 지니 뮤직을 서비스한다.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실시간 교통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인 NB(협대역)-IoT도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다.

유통·제조·금융·여행 등도 공동 마케팅 붐

협업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업체도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이달 한 달 동안 매일 제품별 국내 1위 업체들과 손잡고 31가지 상품을 특가에 판매하는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일에는 금강제화와 함께 남성화 1000켤레를 반값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해 48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김문웅 SK플래닛 11번가 본부장(상무)은 "치열한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11번가는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제조업체들은 단기간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NH농협카드와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가 지난 16일 빅데이터 분석 기반 상품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휴 카드도 출시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 15일 현대백화점과 함께 빅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여행업체 모두투어는 의류업체 슈페리어홀딩스와 지난 13일 손을 잡았다. 모두투어 대리점과 공항 데스크에 슈페리어 할인권을 놓고, 슈페리어는 전국 매장에 모두투어 여행 상품 홍보물을 비치하고 예약 안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