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 기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치킨이 제품값을 10% 올리려다 정부 압력으로 철회한 뒤 치킨 가격 적정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치킨 업체들이 최근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로 닭고기 값이 오르자 이를 빌미로 치킨 값을 터무니없이 올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치킨업체들은 "농식품부가 오류투성이인 원가 산정 기준을 바탕으로 업체들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BBQ와 달리 중견 치킨업체 또봉이통닭은 20일부터 전국 가맹점 치킨 메뉴 가격을 평균 5% 인하하기로 했다. 양념 통닭은 1만1000원에서 1만450원으로, 파닭은 1만2000원에서 1만1400원으로 내리는 것. 이런 치킨업체들의 엇갈린 행보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치킨업체 "1마리 팔아 260원 남아"

국내 한 유명 치킨업체가 배달 판매하는 치킨 1마리(무게 1㎏) 값은 1만6000원. 이 1만6000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분석했다. 부부가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 점원 1명을 고용해 평균 하루 70마리가량을 파는 서울의 33㎡(10평) 점포를 기준으로 했다. 이 치킨업체가 닭고기 가공업체에서 공급받는 닭 1마리 가격은 3985원. 판매가의 24.9%를 차지한다. 치킨업체 관계자는 "1㎏짜리 치킨용 닭을 가공하려면 1.6㎏짜리 생닭이 필요하다"며 "닭고기 절단 등 가공하는 데 1000원, 이것을 가맹점까지 운반하는 데 400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점포에선 튀김가루와 식용유, 양념 소스와 치킨 무, 콜라 등 부재료 비용 3000원이 더 발생한다. 결국 치킨 1마리 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비(8385원)가 판매가의 52.4%를 차지한다.

배달비나 임차료 등 점포 운영비도 추가된다. 이 업체 관계자는 "1마리당 배달 비용과 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따른 수수료 등이 평균 4400원 정도 든다"고 전했다. 임차료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는 1500원 정도다.

치킨업계에선 지난해와 달리 닭 공급가가 1마리당 1000원 뛴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에는 1마리 평균 2900원이던 공급가가 지금은 3900원대로 오르면서 한 달 수입도 280만원에서 55만원으로 떨어졌다는 것. 1마리당 수익이 1200~1300원에서 260원으로 폭락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치킨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농림부 "닭값은 10%뿐… 과당 경쟁이 문제"

농식품부 셈법은 다르다. 농식품부는 "보통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 안팎"이라며 "산지 가격 등락이 치킨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닭 1마리를 1600원에 사들여 가공비와 각종 부대 비용을 더해도 1만원 정도면 된다는 것. 1만6000원짜리 치킨을 팔면 가맹점이 5000~6000원을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치킨집 수익성 악화는 결국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한다. 은퇴 후 창업 1순위로 꼽히는 치킨집은 현재 전국에 5만7000여 곳. '치킨집 옆에 또 치킨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해 평균 7400여 곳이 새로 생기고 5000여 곳이 문을 닫는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가격 인상 억제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오는 21일 정부가 비축한 닭고기 2000t을 긴급 방출하고, 수입 닭고기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치킨 업체들은 "정부가 민간 기업 가격 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 치킨이 (가격 조정이 필요한) 생활필수품은 아니지 않으냐"며 반발했다. 또 "수입 냉동 닭고기로 치킨을 만드는 곳이 있느냐"며 "닭 한 마리 가격이 1600원이라는 정부 셈법은 '치킨 1㎏=생닭 1㎏'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닭고기 가공 업체 관계자는 "치킨 점포에서 가장 많이 쓰는 1.6㎏짜리 닭고기 공급가는 3000원대 후반"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치킨 값을 내린 또봉이통닭 복희수 본부장은 "다른 업체와 달리 우리는 치킨 가공업체와 1년 고정가로 계약해 닭고기 가격 인상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가격 인하에 따른 가맹점의 손실분은 본사에서 보전할 계획이고, 오히려 가격 하락으로 매출이 늘면 가맹점 수익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