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주요 이벤트들이 하나둘씩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이벤트가 당초 시장의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올렸다. FRB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간 금리인상 3회 수준의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고했다. 연간 4회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우려했던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럽은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극우정당 자유당을 큰 격차로 물리치고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선거 기간 내내 자유당이 강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어찌됐든 넥시트(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셈이다. 이는 4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국의 브렉시트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유럽의회가 브렉시트 협상 과정 중 영국의 EU 규정 준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 중이라는 점은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영국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더라도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EU의 세제규칙을 지켜야 한다.
브렉시트 협상 기간은 최소 2년이고 협상이 결렬되면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당분간은 브렉시트의 소용돌이에 휘둘려 막대한 투자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경우 양회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리커창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최근 불거진 무역전쟁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두 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상호 무역 규모가 각각 15%대로 작지 않아 극단적인 힘겨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훈훈한 분위기를 깨는 '악동'은 역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와 법인세 인하, 각종 규제 철폐 등을 약속한 최고의 지원군이다. 문제는 끊임없는 구설수로 이 정책들의 시행 여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점이다. 주변에 적을 점점 많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점을 수정해 다시 내놓은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며 또다시 중단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기한 '오바마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 목소리로 "도청은 없었다"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하원 정보위원장이자 트럼프의 도청 의혹 주장을 정면 반박한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드라마 속 콩가루 집안을 보는 듯하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전처 이바나 트럼프는 '트럼프 기르기(Raising Trump)'라는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력 강화에만 집중한 내년도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정부는 1조2090억달러 규모의 2018 회계연도 재량지출 예산의 절반 수준인 5890억달러를 국방 예산으로 편성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모욕적이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예산안"이라고 비난했다.
이쯤되니 얼마 전 나눈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과의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고민 중인 투자자라면 참고하시라. "요즘 미국 경기가 살아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커진다고 해도 트럼프가 있는 한 채권·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완전히 사라질 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