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 2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전세계 금융 시장은 15일 오후 2시(한국 시간 16일 오전 3시)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는 시각이다. 재닛 옐런 FRB 의장, 스탠리 피셔 FRB 부의장, 윌리엄 더들리 뉴욕 FRB(Federal Reserve Bank·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FRB 주요 인물들은 이미 ‘금리 정상화’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작된 금리 인상 행보가 3월부터 좀 더 잰 걸음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자국 경제 상황에서 던진 금리 인상이라는 돌에 맞아 크게 다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미국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금리 또한 치솟을 거라는 우려에서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저금리를 등에 업고 크게 늘어난 가계 대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FRB의 움직임이 몇 달 전부터 예상된 것인데다, 한국 금융시장 여건도 튼튼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제 회복의 결과임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는 호재(好材)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상으로의 회귀(back to normal)’ 과정이 어떤 불안정성을 낳을 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5가지 쟁점을 살펴보았다.

1. 금리 인상 확실하다는 데 왜 야단일까

옐런 의장을 비롯한 FRB 주요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공식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FRB는 2월 중순 통화정책보고서에서 과도한 인플레이션 없이는 더 고용이 늘지 않는 완전고용 상태에 근접했다고 명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벗어나 정상적인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옐런 의장은 “3월 FOMC에서 고용·물가 지표가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평가할 것이고, 예상에 부합한다면 금리를 추가로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3월 추가 인상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 시장이 15일 FOMC를 숨죽여 지켜보는 것은 FRB가 어느 정도 속도로 금리 인상을 계속할 지 추가 신호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FRB는 1년에 네 차례 FOMC가 끝난 뒤 의장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전망보고서(SEP)를 발표한다. 2012년 도입된 SEP는 FOMC 직전, 회의에 참석하는 재닛 옐런 FRB 의장을 비롯한 FOMC 이사들과 12개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기준금리 전망을 비롯해 경제성장률·실업률·근원 인플레이션 등 주요 경제지표 예측치를 내놓으면 이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미국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금리 인상 여부 뿐만 아니라 의장 기자회견과 SEP에서 드러날 FRB의 의중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조선비즈와 만나 “FRB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옐런 의장의 발언을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외국인 자금 대탈출 일어날까

금융 시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는 것은 국내 금융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신흥국 채권 가격 급락과 환율 불안정이 발생하면서 그것이 ‘무질서한 이탈’이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번 무질서한 이탈이 일어나면 채권·주식 가격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게 다시 무질서한 이탈을 가속화하게 된다. 당장은 아니지만 FRB가 앞으로 세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은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할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한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 데다, 단기 외채 비율도 낮아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화 자산 가치가 급락해 한국 금융 시장에서 자금이 일제히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2008년과 같은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한국 경제·금융 여건이 안정돼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얘기다.

FRB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 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기준 금리 인상에서 고려하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돼 달러화 강세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라며 “3월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들의 경제 여건이 호전되면서 글로벌 자금 이동이 크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3. 한국 금리는 어느 정도 영향 받을까

외국인 자금 이탈이 없을 지라도 한국 금리가 껑충 뛸 것이라는 우려는 팽배하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미국이 3월을 포함해 올해 총 3차례 이상 0.75%포인트 가량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도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가 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국 국고채 금리는 5년 이하 단기물은 한은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지만, 10년 이상 장기물은 미국 기준금리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국고채 10년물 금리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미 국채 금리와 동조화 정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의 경우 미 국채 금리 변동과 유사하게 금리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16년 7월말 연 1.357%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11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 10일 연 2.318%까지 올랐다. 상승폭은 1%포인트에 육박하는 0.961%포인트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해 7월 연 1.3666%에서 지난 10일 연 2.614%로 1.2474%포인트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적자 재정 기대와 FRB의 기준 금리 인상 예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수 부진 등으로 한국 경제 여건이 좋지는 않기 때문에 한국 국고채 금리가 미국 만큼 뛰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대우 등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국고채 금리가 과도하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하락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무엇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글로벌 IB는 3월 6~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한국 기준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이들 IB들은 한은이 올해 0.50%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낮추리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실효환율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거시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굳이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환율이 올라가면, 오히려 경제 펀더멘털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 국채 금리가 한국 국고채 금리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은 과거에 여러 차례 있어왔다. 2004~2006년에도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게 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외환, 채권 시장은 안정적이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채권 투자 수익은 금리 뿐만 아니라 환율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변동환율제에서 금리 변동의 충격을 환율이 완충해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금리 면에서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또 몇 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채권 시장 속성 상 ‘핫머니’와 같은 움직임도 보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은이 무리하게 미국 기준금리를 쫒아갈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4. 부동산·가계부채 충격은

현재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중 가장 큰 목소리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가계 부채가 1345조원 규모로 급증했는데, 금리 급등으로 원리금 부담에 못이긴 가계가 무너지게 되면 부동산 시장과 금융 회사에 감당하지 못할 충격을 줄 수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 투자나 가계 내구재 소비 둔화 같은 만성적인 요인보다 가계 파산이라는 급성 요인이 관건인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2016년 8월 연 2.95%에서 지난 1월에는 연 3.39%로 오른 상황이다. 2015년 2월(연 3.48%) 이후 가장 높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연 3%가 넘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16%로 지난해 최저치(연 2.66%)와 비교해 0.50%포인트 정도 올랐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상승폭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대출 금리 상승폭이 한국이나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 상승폭보다 낮은 이유는 한은 기준금리 영향을 더 받기 때문이다. 은행의 평균 자금 조달 금리인 코픽스(COFIX·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하반기 연 1.31%에서 지난 1월 연 1.56%로 0.2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5년 미만이 주종인 금융채(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정기예금 등이 모두 만기가 짧아 상승폭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금리 충격은 상당히 감소한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 금융감독기관 고위 관계자는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재무적 안정성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체계적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 등 가계 대출 증가 대부분이 따지고 보면 주택 담보 대출”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지 않는 한 이 부문에서 부채 증가가 대규모 부실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현재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한계가구 문제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해결하면 되는 데다, 자산 매각에 서두를 이유도 없어 부실이 커질 위험은 작다는 얘기다.

5. 한국에 나쁜 일일까 좋은 일일까

여러 전문가들은 FRB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제 회복의 결과라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아웃풋 갭(실질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격차)이 없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FRB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라며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경제 여건도 호전되고 있다는 점 까지 고려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출은 신흥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구조인데, 수출된 중간재는 선진국발 수요를 노리고 생산되는 제품에 투입된다. 결국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어야 수출이 견인하는 경제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내수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출과 내수 사이의 연결 고리가 약해지면서, 글로벌 경제 여건 개선이 고용 및 소비 증가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실물보다 금융 부문이 빠르게 반응하면서 높아진 금리가 내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거시 경제 담당 임원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개선되던 2014~2015년 한국 내수 경기가 국내 요인 때문에 오히려 잔뜩 위축됐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FRB의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회복 속도를 한 박자 늦추겠다는 포석”이라며 “글로벌 경제 업사이클(회복국면·upcycle)을 타지 못한 한국 경제는 당분간 엇박자를 내며 어려운 상황을 계속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