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한지 여부를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하면 이를 승인할지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15일 말했다.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이 우선매수권 약정에 부합한지 주주협의회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고 주주협의회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다소 완화된 것이다. 주주협의회에서 75% 이상이 찬성하면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의 요청이 계속 있고, 법적인 절차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법리적 판단과 채권단의 의견을 확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조선일보DB

채권단이 그동안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한 것은 박 회장과 주주협의회가 맺은 우선 매수권 약정에 따른 것이다. 약정에는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고 차후 컨소시엄 참여 기업에 웃돈을 받아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채권단은 이 조항을 들어 우선매수권 3자 양도 가능성이 있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 회장 측은 그러나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의 의미는 주주협의회의 동의가 있으면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만 컨소시엄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윤병철 금호아시아나그룹 기획재무담당 상무는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에 6개 회사의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을시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이 끝내 컨소시엄 허용을 불허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면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제3자 양도 금지 조항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차후 웃돈을 받고 경영권을 재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 회장의 자금 조달 계획에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 방지 방안이 포함되면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경우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의 반발이 우려된다. 더블스타는 앞서 채권단에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냐'는 질의를 했고, 채권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전달했다.

이미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경우 국제 분쟁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채권은행은 물론 정부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이런 공개 경쟁입찰의 룰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전날 박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전략기획실 사장에게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타진했다. 박 회장 측은 30일 내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채권단에게 전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