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채권단이 13일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9550억원이다. 채권단은 3일 이내에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계약 조건을 통보해야 하며 박 회장은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과 체결한 약정서 내용을 해석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 더블스타가 42.01%의 지분을 가진 금호타이어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최대 주주가 된 뒤에도 금호타이어는 독립적인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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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용차용 타이어에 강한 더블스타... 글로벌 타이어 업체 10위권으로

더블스타는 2015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34위 기업으로 중국 칭다오와 시안에 각 한 곳씩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으로 광산업 전용 타이어, 도심 대중교통 버스용 타이어, 중장거리 버스 타이어, 소방 차량용 타이어 등 상용차용 타이어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상용차용 타이어를 생산하는 업체로는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상용차용 타이어보다 승용차용 타이어에 강점을 두고 있는 업체다. 특히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설립을 제한하면서 금호타이어가 이미 갖고 있는 중국 공장이 매력 요인으로 꼽혔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는 독립적인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며 "버스 및 트럭 타이어 분야의 강점을 갖고 있는 더블스타와 승용차용 타이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금호타이어가 만나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더블스타는 단숨에 글로벌 10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 더블스타 매출액은 7억4100만달러로 34위, 금호타이어 매출액은 16억6300만달러로 14위였다. 두 업체의 매출액을 합하면 34억400만달러에 이른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관련해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과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13일 오전 8시 윤병철 금호아시아나그룹 기획재무담당상무(왼쪽)와 김세영 홍보담당 상무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컨소시엄 허용해달라 vs 조건 변경은 무리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한 달 안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지하고 자금조달 증빙을 제출한 뒤 채권단 승인을 받으면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 품에 안기게 된다. 더블스타가 9550억원을 제시했으므로 박 회장은 이것보다 많은 돈을 제시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며 "컨소시엄 방식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권 약정에 있는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문구가, 주주협의회의 동의만 있으면 제3자 양도를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제한 내용을 본입찰에 참여했던 인수 후보들에게 알린 뒤 인수를 추진했기 때문에 원칙을 바꾸면 더블스타가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더블스타는 인수 초기부터 세계 3대 로펌 중 하나인 영국계 클리퍼드 찬스와 국내 대형 로펌 태평양 등을 법률 자문으로 선정해 인수를 진행해왔다.

이날 금호타이어 주가는 인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급등했다. 금호타이어는 전 거래일보다 6.69%(550원) 오른 8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883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거래량은 전 거래일의 5배가 넘는 290만주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