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을 위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신설하겠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정책을 총괄 지휘하도록 하겠다." (이재명 성남시장)

"인공지능(AI)과 자동화에 대응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를 만들겠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장애인 정책 등 사회 주요 이슈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부처와 민간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을 자문하고 해결하는 조직이다. 관료의 부처 이기주의와 단기 성과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노무현 정부의 경우 직속 위원회를 15개나 만들어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졸속으로 운영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았다. 정부조직법상 관리 법률이 없고 별도 법령에 의해 설치돼 운영되다보니 인사와 예산 등이 자의적으로 결정되고 사후 감사를 받을 장치도 부족한 문제가 있는 탓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권의 각종 위원회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위원회를 늘렸다.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와 문화융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등 3개의 직속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 위원회에는 지난 4년 간 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역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 195억 어디로 갔나…청년문제 해결에 존재감 없었던 청년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최근 들어 심각해진 청년 실업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013년 6월 출범한 청년위원회는 일자리 창출 외에 미래 인재 양성, 청년과 소통, 청년 정책의 기획 조정 평가 등에 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기 위해 설립됐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가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됐고 박칼린 예술감독, 장미란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등 18명이 임기 1년 민간위원으로 임명됐다. 평균 연령은 34세였다.

여기에 4개 부처 장관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정부 위원으로 참여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 일을 보면 청년정책포럼, 청년채용 페스티벌, 찾아가는 청년버스(취업 1:1 상담) 등 단기 이벤트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된 것은 애초에 민간위원 구성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 위주로 위원을 선정하다보니 머리를 맞대고 회의 한 번 하기가 힘들었고, 정책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나이만 젊었지 실제 청년들의 어려움을 체감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만한 위원들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위원회에는 매년 40억원 넘는 예산이 편성됐다. 2014년~2017년 편성된 예산을 모두 합하면 195억원에 달한다. 예산 대부분이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로 쓰였고 일부만 전국을 돌며 포럼을 여는 데 쓰였다. 하지만 이 포럼 마저도 고용노동부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상당수 겹친다.

◆ 차은택 활동무대로 전락한 문화융성위…300억 들여 민원 해결한 대통합위

문화융성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을 담당하기 위해 2013년 7월 출범한 문화융성위원회는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었던 차은택씨가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문화 관련 사업에 관여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융성위의 주요 사업은 한 달에 한 번씩 문화예술 공연 티켓을 할인해주는 '문화가 있는 날'과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체험과 멘토링 강연을 해주는 '진로체험버스', 그리고 문화융성포럼 정도다. 여기에 지난 2014~2016년에 30억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지만, 궁극적으로 문화융성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업들이었다.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하다보니 오히려 논의되는 내용이 너무 지엽적이라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됐다. 1기 위원으로 활동한 한 민간위원은 "영화, 공연, 의류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자기 분야 얘기를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고 말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2014~2017년 예산이 300억원으로 3개 위원회 중 가장 많은 세금을 썼다. 국민통합과 관련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기 위해 2013년 7월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었고 현재는 최성규 목사다.

대통합위의 가장 큰 과제는 지역 갈등 해결이었다. 이를 위해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지역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결국 유야무야 됐다. 지역을 대표할 만한 지역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합위가 성과로 내세우는 일을 보면 ▲운전면허증 지역표기 삭제 ▲입사지원, 병원진료 때 목적 외 개인정보 수집 보관 않도록 개선 ▲소액의료비 실손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 등이다. 굳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들이다.

김근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국정과제는 범부처적인 성격을 띄기 때문에 한 부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위원회의 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발달한 미국처럼 활동 내역과 예산 내역, 민간위원들의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회의 개최 횟수 뿐 아니라 위원회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불필요한 위원회 설립을 막기 위해 소속기관별 총량제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