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주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인 가운데, 보험사들의 채권운용손실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 평가이익을 노리고 금융자산 계정을 재분류한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로 직격탄을 맞게됐다. 이는 지급여력비율(RBC)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시중금리 상승과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보험사들이 고배당 잔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4~2016년에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을 인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기보유 금융자산은 채권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만기 때까지 평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도가능 금융자산은 이와 달리 시가평가를 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2014~2016년 중순까지 금리가 하락하자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금리 하락 때 채권 평가차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는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1조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뒀고, 자본금이 커지는 회계 착시 효과를 얻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815조원의 전체 운용자산 중 단기매매·매도가능 채권 규모는 478조원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 '회계착시' 노리다 금리상승기 '채권손실 부메랑'
하지만 작년 11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갑자기 올리면서 상황은 그 반대가 됐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들 채권을 시가로 평가해야 되기 때문에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의 민원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금융자산의 계정 재분류를 허용했지만 한번 바꾸면 3년간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한화생명(088350)은 2014년 15조7000억원 규모의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갑자기 올리면서 작년에만 3837억원의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ING생명도 2015년 4조6368억원 규모의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고 동부생명도 작년 5조원 이상의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손보사 중에선 현대해상(001450), 동부화재, 메리츠화재등이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현대해상은 작년 3분기말 기준 18조5000억원, 동부화재는 20조5000억원, 메리츠화재는 7조6000억원의 매도가능 금융자산을 보유중이다. 이들 보험사 모두 만기보유 금융자산은 없다.
이에 따라 ING생명은 2018년말까지, 현대해상·동부화재·동부생명·메리츠화재 등은 2019년까지 매도가능 금융자산을 만기보유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할 수 없다. ING생명의 작년 9월말 기준 매도가능 금융자산은 22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상장 후에도 채권운용평가손실이 본격화되며 자본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김도하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하락기 동안 쌓여왔던 평가익의 일시 반영을 위해 지난해 만기보유 증권을 매도가능 증권으로 재분류한 일부 보험사들은 금리에 대한 자본 변동폭이 과거 대비 확대된 상황에서 시장금리의 급등을 맞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화생명은 작년말 기준 58조원에 달하는 매도가능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인 약 30조원을 지난 1월말 만기보유 금융자산으로 또 재분류했다.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28조원은 여전히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남아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언제든 만기보유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조원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 지급여력비율 '턱밑'인데...자본확충 대신 '고배당' 택한 보험사
채권평가손실이 커지면 자본이 하락해 결과적으로 RBC가 떨어진다. 이들 중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당장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도는 보험사가 생길 수 있다. 이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는다.
작년말 기준 현대해상의 RBC비율은 158.3%, 동부화재는 173.5%다.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을 인식하면 RBC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250%대였던 RBC가 작년 4분기 채권평가손실 탓에 작년말 기준 188%로 내려갔다. 한화생명도 3분기말 290%였던 RBC가 작년말 200.4%로 하락했다.
게다가 2021년 도입될 예정인 IFRS17은 보험부채를 현재의 가치(시가)로 평가한다. RBC 하락을 막기 위해선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이달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발행하면 전액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발행에 성공하면 한화생명의 RBC는 10%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작년말 51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146% 수준이었던 RBC를 150.1%로 겨우 끌어올렸지만, 이번주 금리가 인상되면 매도가능 금융자산(2조5000억원) 평가손실로 이 비율이 다시 150%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흥국생명도 RBC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1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사들은 이익잉여금을 쌓기보다 고배당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주당 80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600억원이 넘는 현금이 빠져나간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도 각각 1080억원(주당 1350원), 1040억원(주당 1650원)의 현금이 빠져나간다. 메리츠화재는 910억원의 현금을 배당한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금리보다 두배 가량의 높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해야하는 마당에 고배당 정책은 결과적으로 주주들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로 자본을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배당을 줄여 이익잉여금을 쌓는 것이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이익 측면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