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지난 8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면제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달에 한해 월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체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 고객이 대상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계좌유지 수수료는 낯선 제도다. 내 돈을 맡겼는데 수수료를 내라니, 소비자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저금리와 장기 불황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신한·KB·하나금융 주요 3대 지주사와 우리은행 등 4개 주요 금융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조5711억원으로 전년보다 24.8% 증가했다.
이러니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수수료를 신설하는 은행을 소비자들이 곱게 볼리 없다. KB국민은행이 올초 창구거래 수수료 신설을 검토하다 철회한 것도 이런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생각은 은행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IMF) 때 정부가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부실 은행들을 살려냈다는 '원죄'도 있다. 아직도 시중은행을 정부 소유의 공공기관으로 아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차치하더라도, 은행 서비스에 과금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한번 짚어볼 일이다. 은행도 사기업이고,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은행들이 호실적을 올리는 것을 "고객 돈으로 장사해 돈 번다"며 죄악시한다.
은행들이 여러 서비스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지난해 글로벌 100대 은행의 이자수익 대 비(非)이자수익 비중은 6대 4 수준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이 비율이 9대 1이다. 한국 은행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괴리가 지나치다. 그간 수수료를 걷지 않았던 각종 은행 서비스에 제값을 매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은행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는 문화가 우리 금융 소비자에게도 자리잡을 때다.
모든 은행이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이 완전히 다른 제품인 것처럼, 국민은행의 서비스와 신한은행의 서비스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A은행이 창구 수수료를 받는다면 B은행은 반대로 창구 방문 고객에게 이자 혜택을 추가로 주면서 고객을 창구로 끌어와 다른 상품을 파는 식의 영업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은행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대로 된 경쟁이다.
마지막으로 고백을 하나 하려고 한다. 은행 담당 기자들이 자주 겪는 유혹이 있다. 은행이 이자수익을 많이 내면 '이자 장사로 땅 짚고 헤엄쳤다'고 지적하고, 수수료를 올리면 '수수료로 쉽게 돈 벌려고 한다'고 문제삼는 것이다. 4년 넘게 은행 담당을 하면서 이런 기사를 수도 없이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은행은 그런 산업이다. 예금과 대출 이자의 차이(예대마진)가 주수익원이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수료로 부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은행업의 본질이다. 이자수익과 수수료 수익이 문제라면, 은행은 무엇으로 돈을 벌란 말인가. 반성한다. 이 칼럼을 빌어 이런 기사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