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9일 신상훈(69) 전(前)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65) 전(前) 신한은행장에 대해 각각 벌금형과 징역형(집행유예)을 확정하면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을 이끌었던 전직 경영자들의 도덕성은 회복될 수 없게 됐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금융그룹의 수장(首長)들이 내부 다툼과 고소·고발, 비자금 조성, 회사돈 전횡 등의 혐의를 폭로하며 법정다툼을 펼치다가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신상훈 전(前) 신한지주 사장(왼쪽)과 이백순 전(前) 신한은행장

◆ 이백순·신상훈 모두 유죄 판결받아

이날 대법원은 이른바 '신한 사태'와 관련해 신 전 사장에게 벌금 2000만원을, 이 전 행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됐다.

신한 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며 시작됐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측과 신 전 사장 측은 서로 폭로전을 펼치며 수년간 법정다툼을 벌였다.

신한 사태는 30여년간 재일동포들의 지지를 받으며 신한을 사실상 지배했던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 신 전 사장이 관련된다. 또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당시 신한지주 부사장)도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은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현금 수억원을 받은 혐의, 사문서 위조 등의 진위여부를 놓고 법정공방을 벌였다. 법정공방 과정이 길어지면서 시민단체의 고발로 라 전 회장은 정치인 계좌 불법사찰과 이명박 정부에 비자금 제공 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의혹들 중 대부분은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가 됐다. 라 전 회장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가 "개인적으로 환전과 현금화를 부탁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신 전 사장의 주장에 들어맞는 증거와 정황이 존재한다"며 "2억원이 신 전 사장의 직무에 관한 대가라고 확신할 수 없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처럼 거액의 돈이 신한 최고경영진과 재일교포 간에 오고갔던 정황은 그대로 사실로 확인됐다.

신한금융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개인적인 문제로 검찰이 기소했던 사안이기 때문에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서 어떤 의견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 신한금융 떠나는 한동우 회장도 '투명성' 우려

7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법정다툼을 벌인 신한 사태는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을 쥐락펴락했던 전직 CEO들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내부고발과 상대를 향한 폭로전, 베일에 감춰져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금전거래 등이 신한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우리나라 금융지주사들이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도 "횡령, 배임, 금품수수 등 혐의점이 많았는데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겠지만 너무 관대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위성호 신임 신한은행장도 신한 사태 당사자들이 처벌 받으면서 그 여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위 행장은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으로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의 대변인 격인 역할을 했다. 한 시민단체는 신한 사태 재판과정에서 검찰 조사와 법원에서 위증과 위증교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위 행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위 행장이 선임된 후 위 행장에게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위 행장은 지난 7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회장이 은행 경영을 할 때 조직을 투명하게 경영하고 직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는 "신한 사태의 근본적 배경은 너무나도 불투명한 재일동포 주주들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데 있다"며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감독당국이 신한금융 재일동포 주주들의 주식소유현황을 들여다보고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은행법과 자본시장법상 위법한 부분이 있을 경우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