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신한금융그룹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룹 서열 1위인 금융지주 회장과 2위인 은행장, 3위인 카드사 사장까지 모두 고려대 출신이 석권했다. 이에 더해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부문을 담당하는 부행장까지 고려대 출신이다.

금융권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호령했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같은 고려대 인맥이 신한금융에서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교정

◆ 신한금융 1~3위 CEO 모두 석권한 高大

신한금융지주 회장인 조용병 내정자는 1984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또 7일 신임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위성호 행장은 조 내정자보다 1년 늦은 1985년 경제학과를, 그룹내 서열 3위인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1986년 경영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그룹내 최고경영진(CEO)들이 모두 같은 시기,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들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당시 고려대 출신이 신한금융에 많이 입사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고대 출신이 임원으로 많이 선임됐다"고 했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 현직 임원들 중 고려대 출신은 허영택 부행장(글로벌 부문)이 대표적이다. 허 부행장은 1987년 경영학과를 졸업해 위 행장과는 3년의 터울이 있다. 임 사장과는 1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경영학과 직계후배다. 영업추진본부를 맡고 있는 주철수 부행장도 1983년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자회사 CEO와 은행의 글로벌, 영업 등 핵심 부문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갑자기 고대 출신들이 신한을 '소위' 잡고 있다"며 "신한금융이 지역이나 학교를 보고 인사를 하지는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합을 중시하는 '고려대 문화'가 신한의 조직문화와 잘 융합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 내정자가 사발주 문화를 신한에 도입한 장본인인데 사발주를 나눠마시며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는 것은 고려대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려대 동문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 내정자(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 수출입은행장에도 고려대 출신 최종구…이명박 정부 때의 高大 명성 부활하나

한편 수출입은행장에도 고려대 출신 최종구 신임 행장(무역학과)이 7일 취임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쥐락펴락하던 고려대 출신들의 명성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고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법학), 어윤대 전 KB금융지주회장(경영학),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경영학) 등 고대 출신은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장을 두루 맡으며 금융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이나 이팔성 회장이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었던 인물들이어서 그 영향력이 더 강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성균관대, 서강대 출신들이 약진하면서 고대 인맥이 힘을 못쓰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 금융당국으로 분류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에서는 고대 출신 임원이 없는 상태다.

KEB하나은행도 유시완 전무(IT그룹장)와 준법감시인인 강동훈 상무를 제외하고는 부행장급 이상 임원에서 고려대 출신은 없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의 직계 후배였던 이현주 부행장도 행장 취임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결국 부행장으로 낙마했다.

신한금융과 수출입은행 등 일부 금융권에서 고대 출신이 속속 선임되는 것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변화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갑자기 고대출신이 확 늘어난 것은 아니고 비중있는 지위에 고대 출신들이 많이 선임되다 보니 존재감이 느껴지는 현상"이라며 "특정 학교를 위한 인사를 하는 금융그룹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고대 출신들이 더 많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