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반도체검사장비를 개발해 전자·자동차·정보통신 분야에서 성장해온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098460))가 최근 3D 수술 로봇을 개발해 의료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3D 뇌수술용 의료 로봇 '제노가이드'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판매 허가를 받았다. 고영은 올해 수술용 로봇 시스템을 출시하고 미국과 세계 의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3일 고영 관계자는 "올해 말 늦어도 2018년 중반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로봇수술 개발로 의료 분야 진출 나선 고영

고영은 지난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 연구과제에 선정돼 한양대병원과 함께 의료용 수술 로봇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 것을 계기로 의료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영이 개발한 수술용 로봇 시스템

고영 관계자는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3D 측정을 위한 센서와 관련 소프트웨어, 수술용 로봇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이후 2013년 하버드 의과대학 의공학 교수가 회사로 찾아오면서 의료 관련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이후 고영은 의료용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고영은 3D 영상 기술로 의사가 직접 보지 못하는 뇌 속 환경을 표시해 주는 뇌수술용 내비게이션 센서를 개발한 데 이어 뇌수술용 의료 로봇도 개발했다. 뇌 수술 로봇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술대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분야에서 이뤄지는 미세영역 수술은 수술 전 취득한 의료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병변을 진단한다. 이런 방식만으론는 과다 절개나 방사선 피폭 등을 완벽하게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 해결에 착안한 고영은 소형화된 다자유도 로봇, 의료 영상 기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고정밀 3D 의료용 센서를 이용한 수술 가이드 로봇시스템을 개발했다.

환자 두뇌 부위를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 3D 센서기술과 로봇시스템 등을 결합하는 식이다.

고영 관계자는 "우리 로봇 시스템은 최단 경로 수술을 통해 인체 손상을 최소화하고 시술자와 환자의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 시술의 정확성과 수술 성공률을 현저히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이 회사는 내년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유럽, 중국 등으로 매출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광일 고영 대표는 "앞으로도 의료용 진단장비와 3D기술을 융합해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국내 의료기기 분야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의료 산업 분야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최고기록 경신

고광일 고영 대표

지난 2002년 설립된 고영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 3D검사장비를 만들어왔다.

2003년 세계 최초로 3차원으로 스마트폰 등 인쇄회로기판에 납을 칠하는 과정에서 불량을 검사하는 '납도포 검사장비(SPI)'를 개발했고, 현재 세계 SPI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1억달러 수출을 기록, 올해 신제품인 3D 가공후 검사장비(3D MOI)를 출시할 계획이다.

고영의 매출은 2009년 이후 8년째 상승세다. 2016년 매출액은 1718억원, 영업이익은 33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2009년 고영의 매출액은 269억원대였으나 2010년 729억원, 2011년 861억원, 2012년 1078억원, 2013년 1119억원, 2014년 1428억원, 2015년 1459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고영을 설립한 고광일 대표는 1980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졸업, 1989년 미국 피츠버그대학 로보틱스 공학박사 과정을 마친 뒤 한국전자통신 연구원과 당시 금성사였던 LG전자 중앙연구소, LG산전 연구소 산업기계 연구실장직과 미래산업 연구소장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다.

◆ 커지는 로봇시장…후발주자로 나선 한국기업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수술 로봇 시장에 국내 업체가 뛰어들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술용 로봇을 개발 중인 기업은 고영과 현대중공업, 미래컴퍼니 3곳 정도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IT, 기계기술과의 융합이 가능해지면서 의료용 로봇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4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13년 149억달러 대비 12.3% 성장한 167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0%에 달했다. 로봇 의료기기가 속한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경우, 2014년 59억달러로 2013년 대비 11.2% 증가해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6%를 보였다.

현재 세계 의료용 로봇 산업은 인튜이티브서지컬과 같은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신개념 의료기기 전망 분석 보고서는 "현재는 미국이 로봇 의료기기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중국이 로봇 의료기기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당국이 10대 핵심산업분야료 로봇산업을 선정하고 로봇산업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간한 신개념 의료기기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의료기기와 관련이 있는 지능형 로봇에 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고영, 미래컴퍼니, 국립재활원, 서울대병원 등이 수술용 의료 로봇, 보행 재활 로봇 등에 대한 임상과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