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내 '나와바리(취재∙관할 영역으로 순화해야 할 단어)'가 아니라 참아왔지만, 이제 그 인내에 한계를 느껴 한 줄 쓰기로 작정했다.

인터넷 포털(portal)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 기사를 다루는 부서에서 생뚱맞게 무슨 포털 이야기를 할까 되물을지 모르겠지만, 데스킹(취재 기사를 수정∙보완∙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출고된 기사가 제휴된 포털 사이트로 송출되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포털의 민낯이 도가 지나치다 싶어서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 불쾌할 뿐 아니라 때론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또 하나의 권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대해진 국내 대형 포털의 직간접적인 언론 통제 횡포를 기사 제작 과정에서 고스란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의 태생이 애초부터 인터넷 사용자가 정보를 검색∙공유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온라인 공간이란 DNA를 갖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옛 다음)로 대표되는 국내 대표 포털은 언제부턴가 언론과 기사를 평가하고 벌점 부과와 포털 입점 퇴출을 결정하는 언론 자정∙감독 기구까지 자임하고 나선 것 같다.

대형 포털은 기사에 쓰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언론사에 통보한다. 포털의 통제로 이제는 기사(지면 노출 예외)에 전화번호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도 쓸 수 없다. 심지어 언론사가 '관련 기사'로 판단해 연관 기사 링크를 걸어도 포털 제제가 들어온다. 이 기준을 어기면 포털이 언론사에 벌점을 부과하고 기준 벌점을 초과하면 해당 매체는 포털에서 퇴출당하고 기사도 포털 검색에서 빠진다. 상황이 이러니 일선 기자들 사이에선 "언론 위에 네이버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질릴 정도로 오간다.

광고성 기사로부터 독자를 보호하고 기사 어뷰징(동일 기사 반복 전송)을 막겠다는 취지를 모를 바 아니다. 그렇다고 분양 기사에 들어가는 전화번호나 기업 소개 기사에 들어간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정보가 아닌 '광고 콘텐츠'로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언론이 판단하고 정할 정보의 가치와 기준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의적으로 정해버리고 정보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다.

비록 기사의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상업적일지라도, 또 한편에선 전화 문의나 홈페이지 방문을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길 바란다면, 그것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인정된다.

언론 탄압이 횡행했던 1970년대 유신 시절도, 80년대 군부 독재 시절도 아닌 21세기에, 정보 확산의 툴(tool)이 돼야 할 포털에 의해 정보가 일방적으로 재단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리지만, 심지어 '서슬 퍼런' 시절에도 절대권력에 대한 비판을 막고자 정부가 언론을 옥죈 경우가 있을지언정, 제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마치 행정당국이 과태료를 부과하듯 언론사에 벌점을 매기고 제휴를 내세워 언론을 유린하고 압박하는 일은 없었다.

'기존 언론이 오죽 잘못했으면 포털이 언론 정화에 나섰을까'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털이 문제 삼는 어뷰징과 낚시성 기사 게재 관행은 해당 언론사가 책임질 일이다. 굳이 포털이 나서서 불량 언론을 가리지 않아도 이미 독자들은 어떤 것이 어뷰징이고 광고∙낚시성 기사인지 알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선진국 사례를 드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의 경우 식당 기사에서도 추천 메뉴와 구체적인 위치, 전화번호까지도 정보로 포함해 소개한다. 그렇다고 구글이 이를 광고성 기사로 분류해 해당 언론사에 벌점을 부과하고 포털 퇴출을 압박하지는 않는다.

그간 포털이 지적해온 어뷰징 및 광고∙낚시성 기사 게재의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은 독자 신뢰 회복을 위해 언론 스스로 자정 기능을 되찾아야 할 문제지 포털의 평가 대상은 아니다. 사실 일부 언론이 어뷰징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엔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시각각 업데이트하는 '실시간 검색어'에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측은 "포털은 어뷰징을 언론의 책임으로만 몰고 갔지, 정작 근본 원인인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나 포털 카페와 블로그 등에 도배되는 무분별한 낚시∙광고성 포스팅에 대해서는 손 볼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기사 검열을 넘어, 편집권까지 쥐고 흔드는 포털의 횡포를 어디까지 지켜봐야 할까. 기사 어뷰징은 분명 언론의 과오지만, 기사에 대한 책임은 언론사가 지고 뉴스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포털은 기존 기사 형식을 부정하고 기사 편집에 관여하고 평가할 어떤 명분도 없다.

고대 제정 로마시대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모든 길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통할 것이란 착각은 없었으면 한다. 세계를 지배하며 찬란했던 로마제국도 일방적인 전제정치로 다수의 시민층이 붕괴하며 멸망했다는 단순한 세계사의 진리가 국내 포털 생태계에서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