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늘 진동에 노출돼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체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한·미 연구진이 자연의 지혜를 빌려 항공기 동체를 보호할 신소재를 개발했다.

명지대 염봉준 교수와 미국 미시간대 니컬러스 코토브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2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치아의 에나멜 구조를 모방해 충격과 진동에 모두 강한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동에 강한 물질은 대부분 부드럽다. 이런 물질은 항공기 동체나 기계의 뼈대가 될 수 없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충격과 진동에 동시에 강한 물질을 탐색했다. 오랜 시간 진화 과정에서 최적화된 구조를 모방하면 어떤 인공물질보다 낫다고 본 것이다. 먼저 딱딱한 뼈와 껍질, 등딱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동물마다 구조가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비해 치아의 바깥층을 이루는 에나멜은 공룡이나 바다코끼리, 사람이 똑같았다. 또 뼈는 가끔 손상되지만 치아는 충격과 진동에 항상 노출되지만 수명이 매우 길다.

치아 에나멜은 인산칼슘 기둥 사이에 단백질들이 채워져 있는 형태이다. 연구진은 결정을 만들기가 어려운 인산칼슘 대신 산화아연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단백질과 비슷한 사슬 모양의 고분자 물질로 채웠다. 이 구조를 20층 쌓아 인공 에나멜을 만들었다. 실험 결과 인공 에나멜은 금속과 비슷한 강도를 가지면서도 훨씬 가볍고 진동 흡수력이 뛰어났다. 인공 에나멜이 진동에 강한 것은 단단한 산화아연 기둥과 부드러운 고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덕분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진동이 오면 산화아연 기둥이 휘면서 주변 고분자 사슬과 맞닿는다. 이러면 마찰이 발생하고 결국 진동에너지가 열로 발산된다는 것이다. 코토브 교수는 "인공 에나멜은 진동이 많은 항공기나 전자 장비의 보호재로 쓸 수 있다"며 "앞으로 과제는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