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세단 시장이 올해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 시장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출시돼 수입차 중형세단 시장을 석권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에 맞서 BMW가 신형 5시리즈를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현대자동차는 판매 부진에 빠진 쏘나타의 부활을 위해 외관과 기능을 대폭 개선한 부분변경(F/L) 모델을 곧 선보인다. 뒤를 이어 프리미엄 중형세단인 기아차의 스팅어와 현대차의 G70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중형세단 시장은 대표 모델들의 노후화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수입차와 국산차 시장에서 전략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중형세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도전’의 BMW 5시리즈와 ‘응전’의 벤츠 E클래스…‘강남 쏘나타’ 전쟁 개막

지난 22일 출시된 BMW 신형 7세대 5시리즈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BMW다. BMW코리아는 지난 22일 신형 7세대 5시리즈를 출시하고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해는 BMW가 체면을 구긴 한 해였다. 수입차 중형세단 시장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던 BMW 5시리즈가 새롭게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밀리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지난해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합친 전체 E클래스의 판매량은 1만9356대로 1만6702대에 그친 5시리즈를 앞질렀다. 그 결과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BMW를 제치고 지난해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다.

BMW는 올해 신형 5시리즈 출시를 통해 수입차 중형세단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신형 5시리즈는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전장과 전고가 각각 29mm, 15mm 늘어나는 등 차체가 한층 커졌고 실내공간도 확대됐다. 7시리즈에서 선보인 ‘제스처 컨트롤’이 적용되고 빈 공간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주차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이 기본 장착되는 등 안전 및 편의사양도 늘었다.

신형 5시리즈는 국내 사전계약대수가 이미 4000대를 넘어서는 등 출시 초반 순항 중이다. BMW는 올해 신형 5시리즈의 판매량이 2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E3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모델의 전면부

벤츠는 기능이 한층 강화된 E클래스 신 모델을 선보이며 신형 5시리즈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벤츠는 지난 13일 반자율주행 기능이 기본 장착된 뉴 E3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모델 2종을 선보였다.

반자율주행 장치인 ‘드라이브 파일럿’은 앞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고 교통 상황과 설정한 속도에 따라 차량의 움직임을 스스로 제어한다. 최대 시속 210km 내에서 60초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운전자가 정해진 시간 동안 반응하지 않을 경우 주의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스스로 정차하는 기능도 있다.

◆ 완전변경 수준의 부분변경…쏘나타 F/L로 옛 영광 회복 노리는 현대차

BMW와 벤츠가 수입차 중형세단 시장의 패권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차는 간판 모델인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선다. 현대차는 3월 중순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공개한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의 사전 이미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은 완전변경 신차 수준으로 외관을 확 바꾼다. 지난 26일 현대차가 공개한 사전 이미지를 보면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은 신형 그랜저의 앞 부분에 붙었던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하고 범퍼 하단의 끝단 라인 전체를 크롬 몰딩 처리해 입체감을 한층 높인다. 헤드램프의 디자인도 개선됐다.

안전과 편의사양도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탑재된 첨단 운전보조시스템인 ‘현대 스마트센스 패키지’를 적용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현대차로서는 쏘나타의 부활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쏘나타의 국내 판매량은 7만9510대로 전년대비 20.2% 급감했다. 쏘나타 판매 부진은 현대차 국내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이 외관 디자인 개선과 편의사양 확대에도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맞춰 출시된다면, 현대차 전체의 내수 판매량 개선을 이끌 정도의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상반기 스팅어, 하반기 G70…프리미엄 중형세단 시장 선점 향한 內戰도 예고

국산 프리미엄 중형세단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집안 싸움’도 전개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중 기아차가 중형 스포츠세단인 스팅어를 내놓는다. 뒤를 이어 현대차도 제네시스 G70을 선보인다.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공개된 기아차 스팅어

스팅어는 지난달 9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7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중형세단이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GT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양산차로 낮은 전고와 긴 휠베이스가 특징이다.

가솔린 2.0 터보 GDi 엔진이 탑재된 모델은 최고출력 255마력(PS)과 최대토크 36.0kgf·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가솔린 V6 3.3 트윈 터보 GDi 엔진이 적용된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은 370마력(PS), 최대토크는 52.0kgf·m다. 특히 V6 3.3 트윈 터보 GDi 모델은 단 5.1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기아차 중 가속력이 가장 좋다. 스팅어는 기아차 세단 최초로 4륜구동 모델도 갖췄다.

자동차 엠블럼 디자인업체인 브렌톤이 공개한 G70의 예상 이미지

제네시스 G70은 스팅어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로 지난해 3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스팅어와 같이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V6 3.3 트윈 터보 엔진의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며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다.

사실상 디자인 외에는 기능과 사양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스팅어와 G70의 출시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현대차는 G70을 7월쯤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3월말 열리는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한 후 출시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스팅어와 G70의 출시 간격이 좁혀져 자칫 서로의 발목을 잡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어 두 모델의 출시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