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개국, 14만8176명.”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창립 15주년 기념식. 서정진(60·사진) 셀트리온 회장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이 숫자는 서 회장이 직접 밝힌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판매허가 국가 수와 처방 환자 수입니다(2017년 2월 기준).

서정진 회장은 이날 창립 15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예고도 없이 무대에 5~6번이나 올라 마이크를 붙잡을 정도로 셀트리온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의 첫 번째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임상시험 책임자로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유대현 한양대학교 교수가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할 때였습니다.

유 교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돼 전 세계 환자들에게 투약되고 있는 램시마의 활약상에 놀랐다”면서 “셀트리온이 처음으로 진행했던 램시마의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낮은 기업 인지도로 인한 임상 환자 모집에서의 어려움이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던 임상 환경 속에서도 난관을 극복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유 교수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무대로 올라선 서정진 회장은 유 교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램시마의 오리지널의약품인 ‘레미케이드’는 미국 제약사 얀센(J&J)의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품목입니다. 지난해 북유럽에서는 100%, 영국에서는 90%가 오리지널의약품에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로 대체됐습니다. 국가별로 다르겠지만 유럽에서 오리지널의약품의 램시마로의 대체율은 50%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서 회장은 이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램시마가 판매되고 있는데, 올해 미국에서도 램시마 대체율이 15~2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셀트리온의 성공 비결을 함께한 직원들에게 돌렸고, 또 이날 공개한 사사에는 셀트리온그룹의 전·현직 임직원 1973명의 이름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한번 무대에 올라간 서 회장은 “지금 사장단 내 9명의 사장 중 6명이 창업 때부터 시작해 사장이 됐고, 공채 1기는 지금 우리 회사의 중간 간부가 됐다”며 “지난 15년간 셀트리온을 이끌면서 이들과 함께하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서 회장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선진국에서 비해서 뒤떨어졌다고 하지만 세계를 누비며 비즈니스를 해본 결과 그렇지 않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다른 어느 나라 젊은이들보다 애국심과 애사심이 강하다”면서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인의 특성상 ‘지는 걸 되게 싫어한다’는 점 때문에 셀트리온 연구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밤낮없이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매진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시장에 훌륭하게 진출한 램시마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를 끼지 않고 직접 임상에서부터 판매허가 승인까지 해냈다”며 “이는 셀트리온이 다국적 제약사들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의미인데, 사업과정에서 외국인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일조차 없었을 만큼 우리(한국인) 스스로가 해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로 불리는 서정진 회장은 이 같은 셀트리온의 성공 사례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자극이 돼 새로운 꿈과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비쳤습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자기들의 꿈과 희망을 펼 수 있는 마당만 만들어주면 된다”며 “우리 사례를 보고 더 많은 자극을 받아 젊은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서 회장은 이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으로 대한민국이 우울한 상황인 데다 일시적인 정체를 겪고 있지만 큰 문제는 안 된다면서 인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는 “최근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지만 실력으로 이기는 나라는 막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최고의 상품은 ‘한국인’이며 전 국민이 하나로 실력으로 뚫고 나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정진 회장이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셀트리온 15주년 포토 스토리북(사사) ‘함께 걸어온 길, 함께 걸어갈 길’ 편찬 기념식과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임직원들의 공로를 축하하는 시상식도 진행됐습니다.

서정진 회장은 사사 편찬 기념식과 장기 근속자 시상식에도 무대에 올라 사사를 대표로 전달한 셀트리온 공채 1기 직원과 15년 근속상을 대표로 받은 ‘사원번호 1번’ 유헌영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그룹 지주회사) 대표와의 인연을 직접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기념식에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을 비롯해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068760)등의 사장단을 포함한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을 비롯해 셀트리온의 첫 번째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임상시험 책임자로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유대현 한양대 교수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